코스적 특이점의 도래: AI 에이전트가 재편하는 새로운 경제
2025년 9월, MIT Peyman Shahidi 박사 등이 발표한 "The Coasean Singularity? Demand, Supply, and Market Design with AI Agents" 논문은 AI 에이전트가 인간을 대신해 탐색, 협상, 거래와 같은 어부를 수행함으로써 기존의 거래비용을 제거하고, 경제조직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게 될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
그동안 발표된 AI 에이전트 관련 논문이 주로 기술적 성능(자율성, 협상 알고리즘, 에이전트 간 상호작용 효율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논문은 로널드 코스(Ronald Coase)가 주장한 거래비용 이론(Transaction cost theory)을 중심축으로 삼아 ‘AI 시대의 시장조직 재편’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이론적 차별성을 가진다. 199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널드 코스(Ronald Coase)는 "시장에서 거래비용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업이 출현한다"고 주장했는데 여기서 거래비용이란 거래에 따라오는 부수적인 비용들을 의미한다.
이 논문에서는 “AI가 거래비용을 0으로 수렴시키며, 기업과 시장의 경계를 재정의한다”는 ‘코스적 특이점(Coasean Singularity)’이라는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AI 기술을 경제학의 근본 문제(왜 기업이 존재하는가?)로 연결시켜 에이전트의 출현이 단순한 자동화 논의가 아니라, 경제 시스템의 구조적 진화 모델이라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진들은 에이전트의 출현으로 거래비용이 사라지는 시점에서 기업의 경계와 시장의 구조가 새롭게 정의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기존의 ‘AI 에이전트 = 자동화 도구’ 관점을 넘어, AI 에이전트 = 시장참여자 + 경제설계의 핵심 인프라로 바라보는 경제학적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하여 향후 “에이전트 중심 경제(Agentic Economy)” 시대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코스적 전환이 시작되는 시대
AI 에이전트에 대한 수요는 인간이 직접 효용을 얻기 때문이 아니라, 더 나은 의사결정과 노력의 절감을 통해 간접적 효용을 얻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들은 특히 정보 비대칭과 탐색비용이 높은 시장에서 먼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부동산, 채용, 보험, 투자, 프리랜서 시장 등 기존에 인간 중개자가 활발히 활동하던 분야에서 AI 에이전트는 비용 절감과 효율 향상을 동시에 가져온다. 또한 이러한 기술은 과거에는 시도조차 어려웠던 새로운 형태의 거래를 가능하게 하며, 탐색과 비교의 폭을 비약적으로 확대한다.
AI 에이전트의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사용자의 선호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충실히 반영하도록 정렬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전통적인 경제학의 위임자-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와 유사하지만, 인간의 복잡한 선호를 자연어 기반으로 학습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훨씬 어렵다. 선호의 차원이 높을수록 오류 가능성은 증가하며, 에이전트는 언제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언제 인간에게 결정을 위임할지를 판단해야 하는 ‘메타 합리성’을 가져야 한다.
[AI 에이전트가 필요한 이유]
- AI 에이전트가 인간 중개인을 대체: 에이전트는 검색, 심사, 견적, 협상, 일정 조정 등 비용이 많이 드는 중개 활동을 저비용 컴퓨팅 및 API 호출로 전환한다.
- 새로운 일의 가능성: 탐색 및 실행 비용을 낮춤으로써, 에이전트는 옵션의 실현 가능 범위를 확장하고, 이전에는 시도되지 않았을 일을 가능하게 한다. 에이전트는 반복적인 실패에도 훨씬 낮은 한계 비용으로 지속할 수 있다.
- 초기 시장 견인력 (Initial Footholds): AI 에이전트는 인간 에이전시가 이미 일반적인 시장에서 가장 먼저 견인력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시장은 매칭 마찰을 극복하기 위해 LinkedIn, Upwork, Zillow, Airbnb와 같은 대규모 디지털 플랫폼이 생성된 곳이기도 하다.
공급 측면에서 AI 에이전트 산업은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유한 구글, 메타 등 빅테크와 이를 응용해 특화형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구분된다. 모델 훈련에는 막대한 고정비가 들지만, 에이전트의 복제비용은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동하며 수직통합과 과점화 가능성이 크다. 가격 구조는 복제 가능한 소프트웨어의 성격상 낮은 단가를 형성하겠지만, 연산량(Compute)이 품질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어 거래의 규모나 중요도에 따라 차등 과금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가 경험하는 에이전트의 유형은 ‘사용자 소유형(bring-your-own)’과 ‘플랫폼 제공형(bowling-shoe)’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높은 개인화와 이식성을 제공하지만 접근 제한의 위험이 있고, 후자는 편리하지만 플랫폼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는 자율성과 통제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며, 플랫폼은 데이터 독점과 사용자 경험 통제 간의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
소유권 (Ownership) | 수평적 (Horizontal: 범용 전문가) | 수직적 (Vertical: 좁은 영역 전문가) |
본인이 직접 가져오는 에이전트 (Bring-your-own Agent) | 특징: 사용자가 통제하며 플랫폼을 가로질러 기억/선호도를 전달. 장점: 시장 전반에 걸쳐 이동 가능; 강력한 사용자 정렬; 플랫폼 간 비교/중재 가능. | 특징: 좁은 영역(예: 세금, 여행)에 특화된 사용자 통제 에이전트. 장점: 수평적 BYO 에이전트보다 높은 작업 성능; 도메인 내 여러 플랫폼에서 재사용 가능. |
볼링화 에이전트 (Bowling-shoe Agent) | 특징: 플랫폼이 운영하는 제너럴리스트, OS/앱/사이트에 내장. 장점: 낮은 사용자 마찰; 독점 기능/도구에 대한 접근. 단점: 이동성 제한; 조종/자기 선호(steering/self-preferencing) 위험; 락인 효과. | 특징: 도메인 도구, 정책, 데이터셋과 긴밀하게 통합된 플랫폼 운영 전문가. 장점: 소유 플랫폼에서 최고의 성능; 가장 풍부한 도메인 기능. 단점: 조종/락인 정도가 가장 높음; 투명성이 가장 낮음. |
이처럼 AI 에이전트의 확산은 기존 시장의 균형구조를 크게 바꿀 것이다. 비합리적 선택을 줄이고 정보 비대칭을 완화해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AI 생성 이력서의 폭증과 같은 혼잡 현상, 맞춤형 가격 차별, 광고 기반 수익 모델의 붕괴 등 부정적 영향도 존재한다.
[AI 에이전트가 시장에서 자리잡은 영역]
Market Characteristic) | 예시 시장 (Example Markets) | AI 에이전트가 돕는 방식 (How AI Agents Help) |
고위험 거래 (High-stakes) | 부동산, 구직, 투자 결정 |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문서를 피로 없이 분석하여, 거의 제로 한계 비용으로 철저한 실사를 제공. |
방대한 상대방 공간 (Vast Counterparty Space) | 데이팅, 프리랜서 고용, 렌탈 시장 | 수천 개의 옵션을 동시에 평가할 수 있으며, 인간이 표본을 추출해야 하는 곳에서 철저하게 검색할 수 있음. |
높은 평가 노력 (High Evaluation Effort) | 스타트업 자금 지원, B2B 조달 | 인간이 발견적 방법(heuristics)을 사용하게 만드는 시간 제약 없이 모든 리뷰와 속성을 비교. |
정보 비대칭 (Information Asymmetries) | 중고차 시장, 보험 쇼핑, 법률 서비스 | 다중 정보 출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데이터 불일치를 식별할 수 있음. |
경험 비대칭 (Experience Asymmetries) | 주택 구매, 웨딩 플래닝 | 수백만 건의 거래에서 얻은 집단 경험을 활용하여, 사용자에게 빈번한 거래자의 협상력을 제공. |
Agent-First Market의 도래
AI 에이전트 중심의 시장 설계, 즉 ‘Agent-First Market’이 도래하면 디지털 신원체계의 재정립이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사람인지 아니면 에이전트인지를 구분하기 위한 'Proof-of-Personhood' 시스템과 신원·평판·자격이 결합된 다층 인증경제가 필요하다. 플랫폼은 클릭이나 콘텐츠 소비의 주체가 AI로 바뀌면서 새로운 과금 구조를 도입하게 될 것이며, Cloudflare의 ‘Pay-per-crawl’ 모델과 같은 트래픽 요금제가 대표적 사례다. 또한 AI 에이전트는 복잡한 매칭 알고리즘(예: Gale-Shapley)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게 만들어, 선호 기반의 완전매칭과 프라이버시 보장형 거래가 가능해진다.
규제 측면에서 주요 이슈는 시장지배력, 법적 책임, 보안·프라이버시, 데이터 권리 등을 고려해야 한다. 소수 빅테크 기업의 과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상호운용성과 접근권을 보장하는 규제가 필요하다. 또한 에이전트가 잘못된 결정을 내릴 경우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EU는 제품책임지침을 AI 소프트웨어까지 확대 적용하였다. 프라이버시 침해와 데이터 오용 문제는 GDPR 및 CCPA 개정을 통해 대응이 요구된다.
결국 AI 에이전트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경제조직의 근본적인 변혁이라고 할 수 다. 거래비용이 사라진 세계에서는 기업의 경계, 시장의 설계, 규제의 틀이 모두 새롭게 정의되어야 하며,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사회 후생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책임을 가진다. AI 에이전트는 인간의 인지와 거래 기능을 대체함으로써 경제구조를 재편하고, 거래비용의 소멸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시장경제를 열어가는 코스적 전환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글: 투이컨설팅 디지털연구소
출처: "The Coasean Singularity? Demand, Supply, and Market Design with AI Agents", Peyman Shahidi, Gili Rusak, Benjamin S. Manning, Andrey Fradkin & John J. Horton,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September 18-19,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