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웨어러블 AI 시장,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웨어러블 AI 시장은 단순한 가젯의 영역을 넘어, 개인의 건강 관리, 업무 생산성 및 실시간 소통을 매개하는 필수적인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5년 글로벌 웨어러블 AI 시장 규모는 약 488억 2천만 달러로 평가되었으며, 2034년에는 3,593억 2천만 달러 규모로 연평균 성장률(CAGR) 24.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장성장에 발맞춰 빅테크들은 앞다퉈 AI 웨어러블 기기 분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메타가 에실러룩소티카(Ray-Ban)와 협력해 출시한 AI 스마트 글래스(Ray-Ban Meta)는 출시 직후 미국에서 폭발적 수요를 기록하며 공급 부족 사태가 나타났다. 메타는 미국 내 주문을 우선 처리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확대를 잠정 중단할 정도로 대기 주문이 2026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글래스는 사진·영상 촬영과 스트리밍 기능, 음성 기반 AI 비서 기능을 갖추고 있어 웨어러블 AR(증강현실) 분야의 대표 제품이 되었다. 아마존도 CES 2026에서 웨어러블 AI 기기 ‘Bee’ 인수를 발표했다. Bee는 회의나 강의 등 음성 대화를 실시간 녹음·전사하고, 사용자의 일정·연락처 등을 연동해 AI 동반자(AI companion) 역할을 하는 클립형 웨어러블이다.

현재 이 시장은 크게 손목 착용 기기(Wristwear), 이어웨어(Earwear), 스마트 글래스(Smart Eyewear)로 구분되며, 각 분야는 AI의 결합 방식에 따라 상이한 진화 경로를 걷고 있다.


  • 스마트워치 및 피트니스 밴드

2025년 기준으로 손목 착용 기기 부문은 여전히 최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36.64%의 높은 CAGR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워치 시리즈와 애플 워치는 이제 단순한 알림 기기를 넘어 혈당 추정, 심혈관 분석, 체성분 측정 등 고도화된 바이오센서 데이터에 AI 모델을 적용하여 예방 의학적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비섬유 기반 웨어러블(Non-textile wearables)이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최근 스마트 의류(Smart Clothing) 분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섬유 기반의 AI 통합도 가속화되고 있다.

  •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이어웨어

이어웨어 시장은 AI 비서와의 상호작용이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인 무선 이어폰 기능에 실시간 번역, 소음 제어 인텔리전스, 그리고 머리 동작을 통한 UI 조작 등이 통합되면서 '스크린 없는 컴퓨팅'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픈형 디자인과 보청기 기술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형태가 출시되며 가청 성능 강화와 AI 비서 기능을 동시에 제공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AI 웨어러블 기기의 성공 사례는 거의 없다. 과거 주목을 받은 Rabbit R1이나 Humane AI Pin과 같은 기기들은 충분한 고객 기반을 형성하는 데 실패했다. 특히 Humane AI Pin은 사상 최대의 실패작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결국 HP에 매각되었고, Rabbit은 현재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휴메인 AI Pin이 실패한 이유

AI 스타트업 Humane이 출시한 Ai Pin은 터치, 음성, 제스처, 손바닥에 투사되는 독특한 '레이저 잉크(Laser ink)' 디스플레이를 통해 AI의 모든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기술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재정의 하고 있다. Ai Pin의 일부 기능에는 자연어 사용으로 인터넷 검색, Ai Mic을 통한 검색 및 메모리 불러오기, AI 기반 메시징, 실시간 언어 통역, AI 기반 음악 등을 경험 할 수 있다.애플에서 오랫동안 하드웨어 설계와 소프트웨어엔지니어링을 담당한 임란차우드리(Imran Chaudhri)와 베서니 봉지오르노(Bethany Bongiorno)는 2018년에 휴매인(Humane)을설립하였다.

2024년 4월 출시된 AI Pin은 AI핀은 옷깃에 착용하는 인공지능 디바이스로 사용자가 음성제어를 통해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고, 검색 쿼리등을 할 수 있다. 출시 전 데모 영상을 통해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AI 기기로 관심을 모았지만 정작 출시 이후 지나치게 느린 반응속도와 불편한 사용자 경험, 2~3시간 밖에 못가는 배터리, 작동중 오류 등 각종 이슈로 많은 비판으로 받아왔다. 휴메인 AI PIN의 실패요인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가치 제안의 부조화

Humane의 AI Pin은 스마트폰을 대체하고 사용자들이 스크린에 몰두하지 않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기기라는 차별화된 가치제안을 제시했으나 대부분의 사용자는 통신, 엔터테인먼트, 생산성을 한 기기에 결합한 스마트폰의 다기능성에 여전히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2. 높은 구매 비용과 지속적인 구독료

AI Pin은 699달러에서 799달러라는 비싼 가격과 함께 매달 구독료까지 내야 했다. 699달러라는 가격은 애플 스마트워치보다 비쌌고 AI 기능에 액세스하기 위해 T모바일 가입하여 월 24달러의 구독료를 지불해야 했다. 이러한 이슈에도 불구하고

3. 잦은 오류와 불편한 사용자 경험

AI Pin의 음성 명령과 제한된 디스플레이 옵션(사용자의 손이나 인근 표면에 정보를 투영하는 방식)은 사용성 문제를 일으켰다. 이러한 새로운 상호작용 방식은 사람들이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과 잘 맞지 않았다. 또한 사용자의 손바닥에 정보를 비추는 AI 핀의 레이저 프로젝션 디스플레이 역시 밝은 대낮 길거리에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아투영된 정보를 읽기가 어려웠고 손 기반 상호 작용 역시 시각적으로 왜곡되는 경우가 많아 불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픈AI가 만들면 다를까? AI 이어버드 9월 출시 기대

OpenAI가 지난해 애플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의 스타트업인 io를 전격 인수하면서 올해 9월경 첫 AI 기반 하드웨어 기기인 이어버드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9월 발표가 유력한 이유는 이 시기에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이 발표되기 때문이다.

AI 이어버드는 일반적인 이어버드보다는 보청기에 가까운 형태로 귀 뒤쪽에 숨겨지는 형태로 해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어버드는 맞춤형 2나노미터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AI 작업을 클라우드가 아닌 기기 내에서 로컬로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또 마이크와 각종 센서를 활용해 환경을 인식하고, 사용자에게 상황에 맞는 제안을 내놓는 기능 등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는 대만의 폭스콘(Foxconn) 이 될 것으로 보이며 폭스콘은 ‘Gum Drop’이라는 가명의 의뢰사를 위해 “Sweet Pea”라는 코드명의 비밀 이어버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첫해 판매량으로 4,000만~5,000만 대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애플이 준비중인 AI Pin, 차세대 Siri와 결합되나?

애플은 AI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웨어러블 전략을 다시 꺼내 들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무선 이어폰으로 이어져 온 기존 하드웨어 확장 전략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용자의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상호작용하는 ‘AI 핀(pin)’ 형태의 새로운 기기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아직은 초기 개발 단계에 불과하지만, 이 기기가 실제로 출시될 경우 애플의 AI 전략은 물론 웨어러블 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미국 IT 전문 매체 The Information에 따르면, 애플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내장한 소형 원형 AI 핀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기기는 사용자의 주변 소리와 시각 정보를 실시간으로 인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다른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해당 기기는 향후 공개될 차세대 시리(Siri) 챗봇과 결합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이 AI 경쟁에서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는 대목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애플이 검토 중인 AI 핀은 외형적으로 에어태그(AirTag)와 유사한 크기와 형태를 갖는다. 얇고 평평한 원형 디스크 형태로, 알루미늄과 유리 소재를 결합한 하우징을 채택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애플이 기존 웨어러블 제품에서 보여온 미니멀한 디자인 철학과도 궤를 같이한다. 기기 전면에는 두 개의 카메라가 배치될 예정인데, 하나는 일반 렌즈, 다른 하나는 광각 렌즈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주변 환경을 사진이나 영상 형태로 인식하고 기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세 개의 마이크가 탑재돼 주변 음성을 보다 정확하게 수집하며, 소형 스피커를 통해 음성 안내나 간단한 오디오 출력도 가능하다. 기기 측면에는 물리 버튼이 하나 배치돼 있어, 사용자가 특정 기능을 직접 호출하거나 제어할 수 있도록 한다.

충전 방식 역시 애플 생태계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낯설지 않다. 이 AI 핀은 애플워치와 유사한 무선 충전 방식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개발 중인 시제품 단계에서는 명확한 부착 방식이 정해지지 않았으며, 옷에 고정하거나 액세서리 형태로 착용하는 방식 등은 향후 개발 과정에서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이 AI 핀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애플의 차세대 음성 비서 전략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향후 시리를 단순한 음성 명령 도구가 아닌, 대화형 AI 챗봇으로 진화시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Bloomberg는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맥에 통합된 새로운 AI 시리 챗봇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한 바 있다. AI 핀이 실제로 출시된다면, 이 기기는 차세대 시리를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화면이 없는 대신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AI가 이를 해석해 음성으로 피드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스마트폰 중심의 인터페이스에서 벗어나, ‘항상 켜져 있는 AI’라는 개념에 한층 가까워지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애플의 AI 핀은 아직 ‘출시 예정 제품’이라기보다 ‘전략적 실험’에 가깝다. The Information 역시 이 기기가 2027년경 등장할 수 있다고 전하면서도, 개발 과정에서 취소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는 애플 내부에서도 시장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두고 신중한 검토가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AI 핀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애플은 더 이상 AI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수준에 머물게 두지 않고, 새로운 하드웨어 경험으로 확장하려 하고 있다. 화면 중심의 스마트폰 이후를 고민하는 애플의 다음 수가 어떤 형태로 현실화될지, 그리고 AI 웨어러블이라는 아직 불확실한 시장에서 어떤 해답을 제시할지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시사점 및 향후 전망

AI 웨어러블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성장 가능성도 크다. 빅테크는 이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와 전략 수정을 감행하고 있다. 향후 이들이 제시할 제품·서비스가 실제로 사용자의 행동 변화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기존 플랫폼 의존을 탈피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빅테크의 경쟁과 시행착오 과정에서 나온 교훈들은, 향후 웨어러블/모바일 분야의 새로운 지형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다.

  • 생태계·경험 통합의 중요성 – AI 웨어러블 성공 여부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 기존 플랫폼과의 유기적 결합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음성·챗봇 기능을 활용하려면 휴대폰·클라우드 서비스와의 원활한 연동이 필요하다. 사용자들이 이 기기를 ‘원할 만한’ 확실한 이점을 마련하지 못하면 시장 성공은 어렵다.
  • 플랫폼 경쟁 가속화 – Meta·Amazon·Apple·OpenAI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웨어러블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 간 경쟁은 디바이스 성능뿐 아니라, 자체 AI 모델과 생태계 서비스를 통해 이뤄질 것이다. 예컨대 OpenAI는 방대한 사용자 기반(ChatGPT)과 자체 디바이스를 결합해 플랫폼 독립을 모색 중이며, 애플은 구글·오픈AI 파트너십으로 시리 강화와 기기 통합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 새로운 카테고리 창출 가능성 – 과거 실패를 넘어 균형을 찾는다면, 이번 시도는 단순한 실험을 넘어서 “아이폰 이후의 혁신”이 될 수 있다. 즉 AI 핀이나 이어버드가 아이폰(2007년)처럼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면, 모바일 이후 시대를 여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반면에 적절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또 하나의 실험적 장치로 남을 위험이 있다.

과거 AI 웨어러블 기기의 실패 사례가 보여주듯, 기술적 우수성이나 화제성만으로 고객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운영체제와 생태계 전반과의 통합, 사용자가 “굳이 착용해야 할 이유”를 직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핵심 경험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빅테크에서 출시하는 AI 디바이스 역시 또 하나의 실험적 기기로 남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AI 디바이스의 성패는 AI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인간의 행동과 결합될 수 있는지와 이를 통해 기존 플랫폼 의존 구조를 넘어설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글: 투이컨설팅 디지털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