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디지털 金이 될 수 있을까?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친(親) 암호화폐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으로 $100,000를 돌파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대선일에 비트코인의 가치는 $69,374였으나 한 달 만에 44%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더리움과 XRP(리플)와 같은 시가총액이 큰 다른 암호화폐 역시 급등세를 보였다.
분석가들은 2024년이 비트코인의 가속화된 상승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으며, 2025년에는 $200,00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C. Wainwright는 목요일에 비트코인이 2025년 말까지 $225,00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비트코인의 역사적 가격 주기, 최근의 가격 변동, 그리고 다가오는 트럼프 행정부하에서의 더 유리한 규제 환경을 꼽았다.
현재 암호화폐의 가치 상승 요인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암호화폐에 대한 우호 정책과 함께 새롭게 규제 기관 수장으로 지명된 인사들의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의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낙관론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임 SEC 위원장에 대표적인 친 암호화폐 인사인 폴 앳킨스 전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을 신임 위원장으로 지명한데 이어 암호화폐 부문을 총괄할 암호화폐 차르에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냈던 데이비드 삭스를 임명했다.
콜로라도 주립대학 경제학 교수 라마 바수데반(Ramaa Vasudevan)은 “비트코인이 $100,000에 도달한 것은 새 행정부 하에서 정치적 지원과 규제적 여유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암호화폐를 지지하는 인사들의 관료직 지명은 이번 정부가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를 수용한다는 명확한 신호로, 이 시장에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도록 만들었다”라고 언급했다.
한때 틈새 시장의 호기심에 불과했던 비트코인은 이제 일상적인 미국인들도 신뢰할 수 있는 소매 투자 계좌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주류 디지털 통화로 자리 잡았다. 최근 미 재무부와 부채관리국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블록체인 및 분산 원장 기술(DLT)을 활용하여 기존 금융 시장의 낡은 결제 및 정산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는 "[비트코인의] 주요 사용 사례는 탈중앙화 금융(DeFi) 세계에서 '디지털 금'이라고 불리는 가치 저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투기적 관심이 지금까지 디지털 토큰 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라고 적혀있다. 이번 미국 재무부 평가에서는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간주했는데, 이는 사람들이 금을 사용하여 인플레이션이나 금융 재난에 대비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비트코인이 가치를 저장하는 데 사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재무부의 이러한 언급은 디지털 자산이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투기 열기와 현실 세계 응용 간의 균형이 어떻게 탈중앙화 금융(DeFi)이 기존 시장에 융합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사람들이 가치를 저장하는 방식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금융 창의성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비트코인, 디지털 자산으로 자리 잡다
지난 2022년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FTX의 몰락 이후, 암호화폐에 대한 평가는 바닥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시장 위기가 촉발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16,000까지 폭락하였고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자금세탁 방지 실패로 $43억의 벌금을 부과받았으며, FTX 창립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고객을 속인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았다. 또한 게리 겐슬러가 의장으로 재직하던 기간 SEC는 코인베이스, 크라켄, 크립토닷컴 등 주요 크립토 기업뿐만 아니라 리플, Consensys 등과 같은 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급반전되면서 이제 비트코인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통화가 아닌 투자 수단으로 홍보되고 있으며, 이러한 전환은 그 가치 평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4년 1월, SEC는 미국 내 첫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 승인했다. ETF는 주식, 채권, 상품 또는 암호화폐(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와 같은 금융 상품을 묶어 규제된 주식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는 금융 상품으로 투자자들에게 간접적으로 암호화폐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한다. 비트코인 랠리는 기관 투자자 자금 유입으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블랙록(BlackRock), 인베스코(Invesco), 피델리티(Fidelity), 그레이스케일(Grayscale),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 같은 기업들이 비트코인 펀드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안전성을 원하는 신규 투자자들에게 암호화폐를 구매할 수 있는 간편한 방법을 제공하였다. 블랙록의 비트코인 ETF는 현재 $450억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번스타인의 분석가 가우탐 추가니는 “비트코인은 2025년 말에 20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비트코인이 향후 10년 동안 금을 대체하고 기업 재무 관리의 표준이 될 새로운 시대의 가치 저장 수단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계속된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존재한다.
MIT 크립토이코노믹스 연구소(Cryptoeconomics Lab)의 설립자인 크리스티안 카탈리니(Christian Catalini)는 "암호화폐에 대한 최근의 투자 물결은 규제의 불확실성과 법적 분쟁이 잘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기인한 것으로 가격 안정화 시점이나 정확한 변곡점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비트코인의 장기적인 상승 원동력은 디지털 금으로서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 인프라의 기초적인 계층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라고 말했다.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경제학 교수이자 암호화폐에 비판적인 라마 바수데반(Ramaa Vasudevan)은 “SEC 의장 등 고위 행정직에 암호화폐 지지자들을 지명한 것은 트럼프 정부가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를 수용하겠다는 명확한 신호이며, 이로 인해 이러한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의 상승세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이유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암호화폐의 가격은 본질적인 가치가 아닌 순전히 투기적 요소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버블의 조짐을 가지고 있다"라며 맹목적인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경계를 표시하였다.
또한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 안드레 드라고쉬는 "최근 미국 GDP가 3% 이상 성장하는 등 미국 경제가 성장하고 있고 2025년은 단 두 차례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며 이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제한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