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스테이블코인 시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가상자산 정보 제공업체인 CoinGecko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2,450억 달러로, 1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도 970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일평균 거래대금도 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가상자산은 급격한 가격 변동성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단연 주목받는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미국 달러와 1:1로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USDC와 USDT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국내에서도 일상이 되었습니다. 국내 컨퍼런스에 참석한 해외 연사가 강연료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입금해 달라는 요청도 많아지고 있고, 국내 중소기업에 취업한 해외 근로자들이 월급을 테더로 입금해 달라는 요구도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받은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로 전환하지 않고 스테이블코인 선불 충전 카드인 리닷페이 카드를 통해 비자 결제망이 구축된 대다수 매장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단순히 디지털 자산 시장의 성장을 넘어 미국이 금융 패권을 강화하는 새로운 수단이 될 수도 있어 경계가 필요합니다. 그 이유는 USDC와 USDT의 준비금 대부분이 미국 단기 국채로 구성되어 있어 스테이블코인 유통량이 증가할수록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달러 패권 전략'과도 연결되며,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미국 국채 수요를 유지하고 강화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 재무부는 향후 3년 뒤 세계 스테이블 코인 시장 규모가 2조 달러로 급증하고, 이에 따라 국채 수요는 1조 달러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최근 공개한 바 있습니다. 또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JPMorgan Chase, Bank of America, Citigroup, Wells Fargo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이 암호화폐 산업의 디지털 결제 지배력에 맞서기 위해 공동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통해 미국의 대형 은행들은 Circle과 Tether가 장악하고 있는 2,450억 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도전할 기회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 원화 결제 비율 감소,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약화, 환율 변동 등 한국 경제에 잠재적 위험을 초래할수 있습니다. 만약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240만 개 이상 급증할 경우 원화 가치 최대 10% 하락하고 코스피가 10% 하락하는 등 외환보유액 감소와 외국인 자금 유출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으면 원화 수요가 줄고 달러 수요가 늘어 원·달러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 유형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XRP 등 암호화폐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가격 변동성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암호화폐로,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나 금과 같은 안정 자산에 가치가 고정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크게 법정화폐 담보형, 암호화폐 담보형, 알고리즘형 등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 법정화폐 담보형: 미국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를 예치하고 이에 상응하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USDT와 USDC가 대표적 예시입니다.
- 암호화폐 담보형 : 이더리움 같은 다른 암호화폐를 담보로 제공하고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대표적으로 DAI가 있습니다.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를 담보로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과대담보(예: 150% 이상)를 요구합니다.
- 알고리즘형 : 담보 없이 알고리즘을 통해 공급량을 조절하여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는 방식이나, 아직까지는 성공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USDT vs. USDC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 시장은 2025년 4월 현재 약 2,40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USDT(테더)와 USDC(USD코인)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UDST와 USDC가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약 8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USDT(테더)는 2015년 테더 리미티드(Tether Limited)라는 홍콩 기반 회사에서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으로, 현재 시가총액이 약 1,000억 달러 이상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USDT는 다양한 블록체인 네트워크(이더리움, 트론, 솔라나,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 등)를 지원하며, 높은 유동성과 대부분의 거래소에서의 지원이 장점입니다. 아래 그림중 왼쪽 그래프는 2019년 이후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의 폭발적 증가 추이를 보여주며, 오른쪽 그래프는 USDT(파란색)와 USDC(노란색)의 비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면 USDC는 2018년 미국 기반의 서클(Circle)과 코인베이스(Coinbase)가 공동으로 설립한 CENTRE 컨소시엄에 의해 발행됐으며, 시가총액은 약 300억 달러 이상으로 테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스테이블코인입니다. USDC는 투명성과 규제 준수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정기적인 감사 보고서를 통해 준비금 보유 내역을 공개하여 신뢰성이 높은 편입니다.
두 스테이블코인 모두 미국 달러와 1:1로 페깅되어 있어 안정적인 가치를 제공하지만, USDT는 과거 준비금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반면, USDC는 높은 투명성과 규제 준수로 인해 특히 DeFi 플랫폼에서 더 선호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USDT(테더)의 거래량이 급증하는 추세로 2024년 10월 기준 국내 USDT 거래량은 약 9조원까지 늘었으며, 한국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31%로 증가했습니다. 현재 리플은 서클 인수를 두고 코인베이스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만약 리플이 서클 인수에 성공할 경우 그동안 테라에 밀리던 USDC가 글로벌 결제망과 결합하면서 다시 반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속성 | USDC | USD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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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사 | Circle, Coinbase (Centre) | Tether |
주요 페깅 | 1:1 USD | 1:1 USD |
시가총액 (대략) | ~600억-610억 달러 | ~1,440억-1,520억 달러 |
유통량 (대략) | ~610억 개 | ~1,510억 개 |
주요 준비 자산 | 미국 단기 국채, 환매조건부채권, 현금 | 미국 단기 국채, 기업어음, 현금 |
준비금 투명성/감사 | 높음 (월별 딜로이트 감사, 공개) | 과거 불투명성 논란, 개선 중 |
주요 장점 | 규제 친화적, 높은 투명성, 강력한 기관 지원 | 최대 유동성, 광범위한 거래소 존재, 선점 효과 |
주요 단점/논란 | USDT보다 작은 시장 점유율 | 과거 준비금 논란, 불투명성 인식 |
주요 사용 사례 | 국경 간 송금, DeFi, 기관 결제 | 거래, 국경 간 송금, DeFi, 장외 거래 |
국내 스테이블코인 준비 현황
국내에서는 아직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현행법상 발행 자체가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USDT나 USDC와 같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상장과 거래는 허용되고 있으며, 실제로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어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 규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을 준비중입니다. 사단법인 오픈블록체인·DID협회를 중심으로 주요 은행들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하고 있으며 발행 컨소시엄에는 KB국민·신한·우리·NH농협·IBK기업·Sh수협과 금융결제원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와 금융당국은 서둘러 스테이블코인 규제 마련과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통한 대응을 모색하고 있으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인가제와 최소 50억원의 준비금 요건 등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24년 4월, 1단계 입법이 이뤄졌고, 현재는 시장의 투명성·공정성 확보를 위한 2단계 입법이 검토중으로 2단계 입법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미국, EU와 달리 국내에서는 최소한의 입법만 이뤄져 디지털 자산 산업의 건전한 육성과 생태계 구축을 위한 포괄적 규제 체계는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하여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도록 하고, 준비금은 최소 50억원을 유지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이 법안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화 유사 디지털자산'으로 간주하고 인가 요건으로 최소 50억원 이상의 준비금 보유와 금융위원회 인가를 필수 요건으로 명시했습니다 또한 준비금 실시간 공개, 안전한 자산 보관, 분기 공시 등의 요건도 함께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이 국정과제임을 여러 차례 밝힌 만큼, 여야 정치권 모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단, 세부 내용에서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간 관할권 조정 문제가 남아 있어 조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반면 미국, EU, 일본 등 해외에서는 디지털 자산 육성 및 규제 정책을 준비중이거나 시행중에 있습니다. 미국은 디지털자산 관련 제도 정비를 올해안에 수립할 예정으로 현재 입법 절차가 이뤄지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법안인 ‘지니어스 액트’는 연방 및 주 정부간 협력을 통해 명확한 규제체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니어스 액트'는 핵심 절차 표결을 통과하였고 곧 법안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EU는 이미 가상자산시장법안(MiCA)을 시행중이며, 일본의 경우 미즈호, 미쓰이스미토모(SMBC),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이 주도하는 ‘프로젝트 팍스(Project Pax)’가 올해 안에 엔화 스테이블코인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홍콩은 2025년 5월 21일, ‘스테이블코인 법안(Stablecoin Bill)’을 통과시키고 올해 말부터 시행할 예정입니다.
향후 전망 및 시사점
미국이 국가의 중점 전략(사업?)으로 주도하는 스테이블코인의 침투를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미국의 USDC와 USDT와 같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다시 말해 수수료 없는 "달러 직구"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정책은 국제적 규제 흐름과의 조화를 추구하면서도, 디지털 금융 혁신과 시스템 안정성의 균형을 찾아가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는 혁신을 저해할 수 있으나, 반대로 규제가 미흡하면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규제 체계 마련이 중요합니다. 또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우리 경제와 사회에 구체적으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를 미리 점검하고 혹시 모를 위험성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특히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통한 우리나라의 디지털 금융 경쟁력 강화와 함께, 안전하고 투명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상자산 시장은 기술 변화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정부와 민간 전문가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운영 중인 디지털자산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를 상시 협의체로 발전시켜, 업계의 의견을 정책에 신속히 반영하고 위험요인을 함께 점검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 술을 담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책 틀을 과감히 혁신하고, 기술과 제도를 아우르는 거버넌스의 현대화가 요구됩니다.
글: 투이컨설팅 디지털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