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트계의 애플, 펠로톤은 부활할 수 있을까?
지난 2012년 설립된 펠로톤은 가정용 피트니스 시장의 혁신을 이끌면서 "홈트레이닝 분야의 애플(또는 넷플릭스)"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커넥티드 피트니스'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회사명인 '펠로톤(Peloton)'은 프랑스어로 도로 자전거 경기에서 선수들이 무리를 지어 달리며 공기 저항을 줄여 에너지를 절약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는 연결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펠로톤이 가진 브랜드 정체성을 잘 상징하며, 이 회사가 단순한 운동 기구 판매를 넘어선 운동 애호가를 위한 양방향 커뮤니티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펠로톤은 고정식 자전거와 러닝머신 등 고가의 가정용 피트니스 장비를 자체 생산하고, 이 장비에 내장된 대형 태블릿을 통해 실시간 라이브 및 주문형 운동 콘텐츠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2014년 실내용 고정식 자전거 'Peloton Bike'를 출시한 이후 런닝머신 'Peloton Tread'와 상위 모델 'Bike+', 'Tread+' 등을 연달아 선보였으며, 노젓기 기구인 '로잉 머신'과 AI 카메라 기반의 웨이트 트레이닝 보조 장치 'Peloton Guide'까지 계속해서 제품군을 확장했습니다. 펠로톤의 실내 자전거에는 인터넷이 연결된 터치스크린이 장착되어 있어 회원들이 전문 트레이너가 진행하는 라이브 및 온디맨드 강의 영상을 수강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태블릿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문 코치의 레슨을 받으며 피드백을 얻을 수 있고, 다른 사용자들과 자신의 운동 실적을 비교하고 경쟁하며 운동 동기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의 최대 수혜주 등극, 하지만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봉쇄 조치가 시행되면서 오프라인 헬스장 이용이 어려워졌고, 사람들은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와 '홈짐'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했습니다. 다른 오프라인 헬스장들이 직격탄을 맞는 사이, 펠로톤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2020년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28% 증가했으며, 기구 없이 앱만 이용하는 구독형 서비스 가입자는 전년 대비 472%나 폭증했습니다. 2021년 회계연도 연간 매출은 40.21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20.27%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회사의 시장 가치는 2021년 1월 14일 기준, 주당 171.09달러로 역대 최고점을 찍으며 기업 가치는 500억 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엔데믹 시대가 도래하고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펠로톤은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과도한 수요 예측, 공급망 병목 현상, 그리고 펠로톤 트레드밀에 깔린 어린아이가 사망하는 등 복합적인 악재가 맞물리며 매출 감소와 막대한 영업 손실을 초래하면서 주가는 최고점 대비 98% 가량 폭락하였고, 기업 가치는 500억 달러에서 80억 달러까지 폭락했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2022년 2월, 공동 창업자 존 폴리가 사임하고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 출신인 배리 매카시가 신임 CEO로 부임했습니다. 매카시는 8억 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 전략의 일환으로 기업 인력의 20%에 해당하는 2,800명을 해고하고, 본사 규모를 축소했습니다. 그는 '성장 우선'에서 '수익성 우선'으로 전략적 기조를 전환하고, 비용 효율화를 위한 대규모 구조조정 및 자체 생산 포기, 기존의 D2C 전략을 포기하고 아마존 입점과 같이 유통 채널 다변화를 핵심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단행했습니다. 현재 펠로톤은 기존의 고가 하드웨어 판매 중심 모델에서 진입 장벽을 낮춘 '원 펠로톤 클럽'과 같은 구독형 서비스로의 전환을 통해 고마진의 콘텐츠 수익 모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펠로톤은 2024년 회계연도 4분기에 9분기 만에 첫 매출 증가를 기록하고 손실 폭을 크게 줄이는 등 긍정적인 반등 신호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미디어콘텐츠 기업으로 업의 개념 재정의
펠로톤은 비싼 운동장비 구매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장비를 구매하지 않고 월정액(45~60달러)을 내고 실내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 '원 펠로톤 클럽'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또한, 재고 문제를 해결하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리퍼브(refurbished) 제품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과거 웹사이트와 쇼룸을 통한 직접 판매(D2C) 방식을 고수했던 펠로톤은 처음으로 외부 소매업체인 아마존에 입점했습니다. 이 결정은 고객 기반을 넓히고 쌓여있던 재고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적 결정이었습니다. 또한, 삼성전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갤럭시 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에서 펠로톤 앱을 지원하며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스포츠 의류 분야의 강자인 룰루레몬과도 손잡고 의류와 콘텐츠를 교차 판매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과잉 재고 문제를 겪었던 펠로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자체 생산 시설을 중단하고 자회사인 토닉 피트니스 테크놀로지를 포함한 외부 제조사(렉슨, 페가트론 등)에게 생산을 전면 위탁하는 구조로 전환했습니다. 이는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게 해 재고 리스크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하드웨어 생산을 포기하고 유통 채널을 개방한 것은, 펠로톤이 더 이상 '기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고품질 피트니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회사'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과거 펠로톤이 '피트니스계의 애플'을 꿈꾸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수직 통합을 시도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방향입니다. 이 밖에도 애플 TV, 안드로이드 TV 등 다양한 디지털 채널에서 펠로톤 앱을 사용할 수 있게 하여 플랫폼 확장을 꾀하고, 기존 회원의 가족/지인을 추천하면 혜택을 주는 마케팅으로 구독자 기반을 확대하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
펠로톤의 가장 큰 강점은 여전히 충성도 높은 콘텐츠에 있습니다.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 중 92%가 구독을 신청했을 정도로 콘텐츠 구독률이 높고, 구독 서비스의 마진율이 68.2%에 달할 정도로 수익성이 높습니다. 이는 펠로톤이 여전히 고품질 콘텐츠와 강력한 고객 충성도를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경쟁사에 비해 높은 하드웨어 가격과 안전사고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훼손은 극복해야 할 약점입니다. 하드웨어 구독 모델을 통한 진입 장벽 완화, 삼성과 아마존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유통 채널 확대, 그리고 게임 기반 콘텐츠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 영역 확장은 펠로톤의 성장을 위한 기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불안정한 리더십은 여전히 문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2024년 맥카시 CEO 퇴임 후 이사회는 새로운 CEO를 물색 중으로 이사회는 “현 경영진 팀이 뛰어나며 시장이 결국 우리 가치를 인정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향후 2~3년은 펠로톤의 미래가 결정되는 시기가 될 전망입니다.
결론적으로 펠로톤의 미래는 새로운 구독 모델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콘텐츠 품질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독자적인 생존 방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행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펠로톤은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얽매이지 않고 기업의 정체성을 '콘텐츠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는 과감한 혁신을 선택했습니다. 이러한 전략적 피벗이 장기적인 성공으로 이어질지 앞으로의 행보를 관찰해야 할 것입니다.
글: 투이컨설팅 디지털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