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건강검진? 전신 스캔 기술 어디까지 왔을까?

2016년에 개봉한 영화 ‘패신저스(Passengers)’에서는 Autodoc이라는 캡슐형 의료 장비가 등장한다. 사람이 기계안에 들어가면 AI가 자동으로 건강 상태를 스캔하고, 병을 진단한 뒤 필요한 치료나 수술까지 스스로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때 SF 영화 속 상상에 불과했던 이런 기술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오토닥과 같은 비침습 전신 스캔은 신체에 물리적 손상을 주지 않고 다양한 센서와 영상 장치를 통해 인체 전체를 검사하는 기술로, 조기에 건강이상 신호를 발견하여 예방적 건강 관리에 활용된다. 예를 들어, 고해상도 카메라, MRI(자기공명영상)나 초음파 등의 영상 장비, 레이더/광학 센서, 생체신호 센서 등을 조합해 신체의 여러 부위를 한 번에 스캔하고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함으로써 개인별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생성하고, 건강 상태를 예측하거나 이상 징후를 탐지하는 데 활용된다. 이러한 비침습 전신 스캔은 주로 대학병원 종합검진센터나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서비스에 국한되었으나, 최근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영화 '패신저스'에서 오토닥(Autodoc)이 치료하는 장면

특히 스웨덴의 Neko Health는 수 분 내에 수백만 개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비침습 스캔을 통해 피부의 점(mole)과 병변, 심장 및 동맥 건강, 혈당 및 콜레스테롤 등의 다양한 건강 지표를 한 번에 점검한다. 첨단 센서 70여 개와 다수의 볼류메트릭 카메라를 갖춘 원통형 스캐너를 사용해 신체 표면과 내부의 정보를 동시에 얻고, 스캔 직후 AI가 처리한 결과를 의료진이 즉시 해석하여 환자와 상담함으로써, 과거 1주 이상 걸리던 종합검진 결과를 1시간 내에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비침습 전신 스캔은 건강한 사람에게서도 숨어 있던 위험 요인을 찾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주며, 예방 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Neko 전신 스캔 장비, 출처: Neko Health 홈페이지

글로벌 헬스 체크업 시장은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소비자의 건강 인식 향상 등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2024년 글로벌 헬스 체크업 시장 규모는 약 539억 달러로 평가되었고, 2030년까지 약 791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신 영상 스캔과 같은 첨단 영상 진단 부문은 2024년 약 295.8억 달러에서 2030년 416.6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주요 플레이어

Neko Health (네코 헬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2023년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트업으로, Spotify의 공동창업자 다니엘 에크(Daniel Ek)가 공동 설립해 큰 주목을 받았다. 비침습 AI 전신 스캔을 통해 심장질환이나 피부암 등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한 번의 방문에 피부의 모든 점과 병변을 촬영하고 심장 및 동맥 건강, 대사 위험 등을 포괄적으로 점검한다. 한 차례 스캔은 약 15분간 진행되고 의사와의 상담을 포함해 총 1시간 내에 완료되며, 비용은 약 £299 수준이다. 2024년 영국 런던으로 서비스를 확장했고, 높은 수요에 힘입어 2025년 초에는 2억6천만 달러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며 유럽 및 미국으로의 적극적인 진출을 예고했다.
Ezra (에즈라): 2018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풀바디 MRI 스캔 서비스 기업으로, AI를 활용한 조기 암 발견에 특화되어 있다. Ezra는 병원이나 영상센터의 MRI 장비를 활용해 전신을 20~60분 동안 촬영한 후,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 Ezra Flash로 영상을 분석하여 최대 13개의 장기에서 500여 가지 질환의 징후를 찾아낸다. 특히 조기 암 스크리닝에 초점을 맞춰 지금까지 회원 중 약 6%에게서 잠재적인 초기 암을 발견해냈다고 밝히고 있으며,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확장해왔다. 2023년에는 미국 전역 영상센터와의 파트너십을 늘리기 위해 2,1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Q Bio (큐 바이오): 미국의 스타트업으로 “미래형 종합검진”을 표방하며 최첨단 전신 스캐너인 “Mark I”를 개발했다. Q Bio는 신체를 3D로 스캔하고 MRI 수준의 내부 영상을 얻는 텐서 필드 MRI 기술을 활용하여 단 10분 만에 3,000여 개의 해부학적 측정치를 수집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AI가 통합 분석해 환자의 디지털 트윈(가상 건강 모델)을 만들고, 현재의 건강 상태뿐 아니라 향후 질병 위험까지 예측하는 예방적 맞춤의료 플랫폼을 지향한다. Q Bio는 2024년 a16z, Khosla Ventures 등의 유수 투자사로부터 2,7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며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했다. 현재 캘리포니아에 파일럿 클리닉을 운영하며 Mark I 스캐너의 FDA 승인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Prenuvo (프레누보): 2018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시작된 기업으로, 프리미엄 전신 MRI 검진 시장을 개척한 선두주자 중 하나다. 방사선 노출이 없는 MRI를 활용하여 약 1시간 동안 전신을 스캔하고, 500여 가지의 흔한 질환 및 암에 대한 조기 징후를 평가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Prenuvo는 의료진이 판독한 상세 리포트를 제공하며, 척추와 주요 장기의 상태, 암 발생 가능성, 동맥류나 낭종 등의 이상까지 종합적인 건강 평가를 해준다. 1회 스캔 비용이 약 2,500달러로 실리콘밸리 경영인이나 헐리우드 배우 등 유명 인사들이 경험담을 공유하면서 입소문이 났다g. 이를 기반으로 2022년 시리즈 A 투자로 7천만 달러를 유치하고, 2023년에 북미 지역 11개 도시에 신규 센터 개설을 추진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서비스 한계

  • 기술적 한계:  첫째, 해상도와 정확도의 한계가 있다. 현재 MRI 장비로도 미세한 조직 변화나 세포 수준의 이상은 포착하기 어렵고, 일부 장기 내부(예: 위장 내면의 용종 등)는 내시경만큼 직접적으로 보지 못한다. 따라서 전신 스캔을 했더라도 기존의 세부 검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둘째, 표준화와 검증 부족이다. 어떤 이상 소견을 발견했을 때 그것이 정말 위험인지 아닌지 참조할 만한 대규모 임상 데이터가 아직 제한적이다. 결국 스캔 결과 해석에 있어 오판의 여지가 있다.
  • 윤리적 한계: 첫째, 과잉 진료(overdiagnosis) 이슈가 존재한다. 건강한 사람에게서 중요하지 않은 이상까지 발견해 불필요한 걱정과 치료를 유발하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논란이 된다. 환자 입장에서는 알지 않아도 될 정보를 알려줘 오히려 삶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으며, 의료윤리상 “해를 끼치지 말라”는 원칙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책임 소재의 문제다. 전신 스캔에서 어떤 질환을 발견 못했는데 나중에 그 부위에 질병이 나타난다면, 서비스 제공자의 법적·도덕적 책임이 논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검사는 기존 의료 표준이 아니므로 결과에 대한 책임 범위가 모호하여, 향후 분쟁 발생 시 기준이 불투명하다. 셋째,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윤리 문제다. 개인의 상세한 건강 데이터가 상업 기업에 의해 수집·보관되고 AI에 활용되는 만큼, 개인정보 동의와 익명화, 데이터 사용 한계 등에 대한 윤리 원칙이 필요하다.
  • 의료적 한계: 현 단계의 전신 스캔은 공인된 표준 진료 지침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미국 예방서비스태스크포스(USPSTF)나 주요 학회들은 증상이 없는 일반인에 대한 전신 스캔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전신 스캔에서 이상이 나오면 결국 기존 의료기관에 가서 추가 검진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로선 전신 스캔 서비스와 1차 의료간의 연계 프로토콜이 정립되어 있지 않아서 환자가 사후관리를 스스로 찾아다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정보 전달 누락이나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

향후 전망 및 시사점

비침습 전신 스캔 기술 기반의 예방 헬스케어 서비스는 향후 의료 패러다임 전환의 한 축으로서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기술 발전과 수요 증대가 맞물려 시장 확대가 가속화될 전망이며,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건강 관리 방식과 전체 의료 시스템에도 상당한 변화와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는 전신 스캔이 더 빠르고 저렴하며 정확하게 발전할 것이다. AI의 고도화, 센서 기술 혁신으로 현재 15~60분 걸리는 스캔이 10분 이내로 단축되고, 비용도 일반 건강검진에 버금가거나 그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2026년까지 15분에 500달러 수준의 전신 MRI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전신 스캔으로 수집된 빅데이터를 활용한 예측의학이 현실화되면서, 당장의 이상 발견을 넘어 미래 질병 발생 확률을 예측하고 선제 조치를 취하는 단계로 나아갈 것이다.

예를 들어 AI가 수년 간 축적된 개인 스캔 기록을 비교 분석하여 암이나 심장병이 생길 징후를 미리 경고하거나, 위험인자를 정확히 지목해 생활습관을 교정하도록 도울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서비스의 의료적 가치가 입증되어, 의료계와 보험사들도 수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민간 소비 중심이던 시장이 보험 적용 및 제도권 편입을 통해 더 성장할 것이다. 더 나아가, 각국 정부가 예방 의료를 적극 추진하는 추세이므로 국가 검진 프로그램에 전신 스캔이 일부 포함되거나, 최소한 공제 혜택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일반 개인들의 건강관리 패러다임도 전신 스캔의 대중화로 크게 바뀔 전망이다. 과거에는 증상이 있거나 정기 검진에서 일부 항목을 체크하는 정도였다면, 미래에는 연례 전신 스캔과 상시 모니터링을 결합한 상시 건강관리 시대가 열릴 수 있다. 가령 매년 받는 전신 스캔 결과가 개인의 건강 데이터 기록으로 누적되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수시로 확인하며 생활습관을 조정하는 일이 보편화될 수 있다.

또한 스캔 데이터를 통해 어떤 사람은 간암 고위험, 다른 사람은 관상동맥질환 위험 등 개인별 프로파일이 나오면, 이에 맞춰 필요한 운동, 식습관, 약물요법(예: 스타틴 예방투여) 등을 맞춤 권고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 개인이 자신의 건강 위험을 정확히 알고 미리 대처함으로써, 질병을 피하거나 늦추는 건강수명 관리가 가능해진다. 다만 개인 건강관리의 의료화가 심해져서 건강염려 증가나 불필요한 조치 남발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궁극적으로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아프기 전에 지키는 예방 의료”의 혜택을 누리고, 의료시스템은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긍정적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예방적 전신 스캔 서비스의 발전을 통해 앞으로는 “아플때 병을 치료하는 의료”에서 “아프기전에 미리 건강을 관리하는 의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에 맞춘 다각적인 노력과 준비가 요구된다.

글: 투이컨설팅 디지털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