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은행 모델로 성공한 디지털 은행, 스타링뱅크
영국의 디지털 은행 산업은 지난 10년간 급격히 성장했지만, 대다수 기업은 여전히 적자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반면 스타링뱅크(Starling Bank)는 예외다. 2017년 영업을 시작한 이 은행은 4년 연속 흑자를 내며 “디지털 은행은 수익을 못 낸다”는 통념을 깨고 있다. 경쟁사인 몬조(Monzo)와 레볼루트(Revolut)가 1,000만 명이 넘는 대규모 고객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혹은 근소한 흑자에 머무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창업자인 앤 보든은 아일랜드연합은행(AIB)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낸 금융 전문가로, 기술 혁신을 통해 보다 나은 은행을 만들겠다는 비전으로 회사를 창업했다. 스타링뱅크는 2016년 영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은행 업무 면허를 획득하고 2017년 첫 개인 계좌 서비스를 베타 출시했으며, 2018년에는 기업용 계좌도 도입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디지털 은행답게 스타링뱅크는 오프라인 지점 없이 모바일 앱을 중심으로 개인과 중소기업 대상 은행 계좌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요 상품으로 개인용 당좌예금 계좌, 공동 계좌, 중소기업(SME) 계좌, 유로화 계좌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모든 은행 거래를 스마트폰 앱에서 손쉽게 처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또한 고객 예금을 기반으로 대출을 운용하고, 제3자 파트너와 제휴해 국제송금(Wise와 제휴)이나 우체국 예금/출금 서비스(Post Office와 제휴) 같은 편의 기능도 제공한다. 스타링뱅크는 영국 은행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어 고객 예금을 영국 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거나 중소기업 대출·모기지 대출 등으로 운용함으로써 이자 마진을 얻고 있다. 특히 2022년 이후 영국 금리 인상 기조로 예대마진이 확대되고 대출자산이 성장하면서, 이자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몬조나 레볼루트 등 경쟁사들이 예금 이자수익 비중이 낮은 것과 달리 스타링뱅크는 예금→대출 연계 전략으로 순이자 이익 비중이 높은 건전한 수익 구조를 구축했다. 2025년 3월 31일 종료된 회계연도에 매출 7억 1,400만 파운드와 세전이익 2억 2,300만 파운드를 기록했으며 고객 예금은 121억 파운드에 달했으며, 개설된 계좌 수는 460만 개로 전년 대비 10% 증가하였다. 스타링 뱅크는 고객 수에서는 뒤지지만, 전통적인 예금-대출 모델에 집중해서 실속을 챙겼다. 스타링뱅크는 예금을 적극 대출로 연결해 이자수익을 내는 전통 은행 수익모델을 지향한 덕분에, 수익의 절반 이상이 이자수익에서 발생한다. 반면 경쟁사인 Monzo와 Revolut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카드 결제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다. 2024년 기준 Monzo의 총 예금은 £166억으로 스타링(£121억)보다 많지만, 스타링 뱅크는 예대마진 사업으로 2억 2,300만 파운드를 기록한 반면, Monzo는 1억 1,400만 파운드의 이익을 거뒀다.
스타링뱅크의 주요 사업 전략
- 고객 기반 확대: 중소기업(SME) 고객 공략에 주력하여, 2023년 기준 영국 SME 당좌계좌 시장의 9.4%를 점유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반면 2020년대 정부 지원 대출을 발판으로 SME 고객 기반을 급속 확장했지만, 대출 심사 통제 미흡으로 약 £2,800만의 손실을 입고 규제 당국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스타링뱅크는 현재 총 계좌 460만 개를 보유하고 있고 이중 약 80%가 활성 계좌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2월, 영국 금융감독청(CMA)에서 선정한 퍼스널 뱅킹 서비스 퀄리티 부문에서 3위를 차지하였다.
- 수익 다변화 및 대출 확대: 스타링뱅크는 순이자마진을 확보하기 위해 예금 기반 대출 포트폴리오 확대에 집중하였다. 2020년대 초 영국 정부의 코로나 대출지원 프로그램(바운스백론)에 적극 참여하여 중소기업 대출을 늘렸고, 2021년에는 모기지 전문업체 인수 및 2022년 주택담보대출 포트폴리오 인수 등 적극적인 M&A 전략으로 대출자산을 키워 모기지와 중소기업 대출을 아우르는 폭넓은 자산군을 확보했고, 2022년 모기지 잔액이 £20억을 넘어서며 수익 상승에 기여했다. 이러한 대출 확대 전략을 통해 2022년 회계연도에 설립 이후 최초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암호화폐나 주식거래 등 타 분야에는 진출하지 않고, 은행 본연의 사업모델인 예금·대출과 결제에 집중함으로써 건전한 수익구조를 추구하고 있다.
- 엔진(Engine) 사업: 스타링뱅크는 2022년 자사가 개발한 코어 뱅킹 시스템을 외부 금융사에 서비스하기 위한 자회사인 “엔진(Engine) by Starling”을 출범시켰다. 뱅킹 플랫폼 SaaS 사업을 통해 해외 은행들이 스타링의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뱅킹 서비스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2023~2024년에 루마니아 Salt 은행과 호주의 AMP 은행이 스타링의 Engine 플랫폼을 채택하여 새로운 디지털은행을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2025년 회계연도에 약 £8.7M의 SaaS 수입을 올리는 등 아직 비중은 작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으로 평가된다. 2025년에는 미국 델라웨어에 엔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미주 지역 은행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영업을 개시하는 등 글로벌 SaaS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스펜딩 인텔리전스(Spending Intelligence): 2025년 6월,스타링뱅크는 영국 은행 최초로 고객이 자신의 거래내역을 AI에게 질문하여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스펜딩 인텔리전스(Spending Intelligence)” 기능을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구글의 Gemini를 기반으로 구축되었으며, 앱의 지출 내역 화면에서 “내 지난달 식비가 얼마였지?”와 같은 질문을 입력하거나 음성으로 물으면 AI가 해당 기간 총 지출금액과 카테고리별 분석 결과를 그래프와 함께 제시하는 혁신적인 도구이다. 고객은 이를 통해 자신의 소비 습관을 쉽게 파악하고 예산 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 스타링 뱅크는 “고객이 금융에 대해 더욱 많이 알고 더 똑똑하게 돈을 관리하도록 돕는다”는 미션을 수행하고자 하며, 사용자들의 질문 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AI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이 서비스는 opt-in 방식으로 고객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고, 개인 데이터는 외부 AI 훈련에 사용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향후 전망
스타링뱅크는 “은행다운 은행” 모델로 치열한 네오뱅크 경쟁에서 독자적인 길을 개척했다. 규모의 경쟁에서는 경쟁사인 Monzo나 Revolut보다 뒤지지만, 수익성과 건전성에서는 한 발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세컨더리 주식 매각(Secondary Share Sale)을 통해 약 40억 파운드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매각은 신규 자본 조달 목적이 아닌, 기존 투자자(Goldman Sachs 등) 에게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 거래로 기존 투자자 유동성 제공, 기업가치 방어, 글로벌 확장 기반 마련이라는 세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전략적 조치로 평가된다.
영국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스타링뱅크는 글로벌화에 있어서는 직접 진출보다 간접 영향력 확대 전략을 택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뱅킹 플랫폼인 엔진 사업의 미국, 호주, 유럽 전개가 핵심으로, 2025년 설립한 미주 법인을 거점으로 북미 중형은행 및 크레딧유니언을 공략하고 있다. 이 전략이 성공하면 스타링은 해외 진출에 따른 자본 부담 없이도 세계 곳곳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독특한 모델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스타링뱅크는 “수익성 있는 성장”이라는 차별적인 트랙 레코드를 가진 만큼, 향후에도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을 내면서 신사업을 키워갈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시장 환경 변화와 경쟁사 도전을 이겨낸다면, 스타링뱅크는 영국을 넘어서 글로벌 핀테크 업계에서 모범 사례로 평가받으며 디지털 은행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글: 투이컨설팅 디지털 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