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검색 대신 대화! AI 에이전트가 여는 차세대 쇼핑 경험
오늘날의 쇼핑 환경은 마치 사람들이 마트에 가서 꼭 필요한 물건만 사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신상품을 발견하고 장바구니에 넣는 모습과도 같다. 이제는 사용자가 명확히 “이 제품을 찾겠다”는 검색 의도 없이도, 온라인 플랫폼 속에서 새로운 상품을 자연스럽게 ‘발견’하는 탐색형 쇼핑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쇼핑 전용 AI 에이전트가 있다. 단순히 추천 상품을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 개인의 취향·과거 행동·현재 맥락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마치 개인 쇼핑 도우미처럼 쇼핑 여정을 재구성해 주는 것이다. 집에서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명확히 “요가 매트”를 검색하지 않아도, 최근 검색 패턴과 생활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동복, 매트, 스트레칭 도구까지 한 번에 큐레이션해 주는 방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존 유통업체와 전자상거래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단순 온라인몰을 넘어, AI 기반 에이전트형 커머스 플랫폼을 전략적으로 도입하며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고 있다.
에이전트형 커머스 플랫폼은 AI로 구동되는 가상 쇼핑 도우미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제품 카탈로그와 고객 데이터를 학습하여 마치 사람 판매원처럼 고객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변하고, 개인화된 추천을 제시하며, 심지어 장바구니 담기나 주문 절차까지 도와줄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이 운동화 사이즈가 어떻게 되나요? 재고 있나요?”라고 물으면, 에이전트는 상품 상세 정보와 실시간 재고를 확인해 답변하고, “지금 2켤레 남아 있습니다. 사이즈는 정사이즈로 나오니 평소 신는 크기를 추천드립니다.” 같은 부연 설명까지 곁들일 수 있다.
키워드 중심 쇼핑 경험의 종말
지난 20년간 전자상거래는 검색창에 ‘청바지 추천’이나 ‘여름 원피스’와 같은 키워드를 입력하고, 수많은 결과 중 원하는 사람이 상품을 직접 찾아 클릭하는 '검색어 중심'의 ‘목적형 쇼핑(Purposeful Shopping)’ 모델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소비자는 명확한 구매 의도를 가지고 온라인 쇼핑 여정을 시작했으며, 기업은 검색 결과 상단에 제품을 노출하기 위한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경쟁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 쇼핑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되면서, 이러한 전통적인 모델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인공지능, 숏폼 영상, SNS형 피드 기반 콘텐츠가 쇼핑 경험의 시작점이 되면서, 소비자는 의도하지 않았던 상품을 콘텐츠나 피드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구매로 이어지는 비선형적 쇼핑 여정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탐색형 쇼핑(Discovery Commerce)'이라 부른다.
아마존, 월마트, 쇼피파이 등 해외 업체는 물론 네이버와 쿠팡 등 국내 주요 커머스 플랫폼들은 이미 검색 중심 플랫폼 구조를 AI 추천 중심의 탐색형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네이버는 '플러스스토어' 앱을 통해 AI가 사용자의 쇼핑 이력, 관심사, 리뷰 데이터를 분석해 콘텐츠형 피드로 상품을 추천하며 ‘검색 없는 커머스 환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쿠팡 역시 개인화 AI 알고리즘 기반의 추천 큐레이션 피드를 강화하고 있다.
기존의 목적형 쇼핑은 사용자가 이미 무엇을 살지 알고 있다는 전제에 최적화된 반면, 탐색형 쇼핑은 '발견'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자극한다. 그러나 이 두 모델은 결국 사용자의 심층적인 맥락과 의도를 이해하는 데는 실패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목적형 쇼핑은 명확한 키워드 없이는 비효율적이며, 탐색형 쇼핑은 플랫폼이 제시하는 콘텐츠의 제약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AI 에이전트 커머스가 부상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단순히 검색 결과를 보여주거나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와 자연어로 대화하며 그들의 모호한 니즈를 구체화하고, 상품 탐색부터 구매 실행까지의 쇼핑 여정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자율성'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고객은 일상 언어로 “파티에 입을 빨간색 드레스 추천해줘. 목이 높고, 무릎 길이에 소매 없고, 가격은 20만원 이하로 해줘”와 같이 구체적으로 요청할 수 있고, AI 에이전트는 방대한 제품 데이터베이스와 맥락 분석을 통해 해당 조건에 맞는 상품을 바로 찾아 제시한다. 다시 말해, AI 쇼핑 에이전트는 온라인에서 개인 쇼퍼(personal concierge)처럼 동작하여 고객이 자연스러운 대화로 상품을 탐색하고 비교하며 구매까지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에이전트 커머스는 기존의 쇼핑 모델을 통합하고 한계를 극복하는 차세대 쇼핑 패러다임의 완성형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단순히 기술 도입을 넘어선,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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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형 커머스 솔루션의 등장
Cimulate: CommerceGPT
AI 에이전트 커머스 시장에서 Cimulate가 단역 주목받고 있다. 그 이유는 '합성 시나리오 데이터(Synthetic Transaction Data)'를 활용하는 이 회사의 독자적인 기술 접근법에 있다. Cimulate는 고객의 쇼핑 의도를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전환을 유도하는 'CommerceGPT'라는 LLM 기반 운영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클릭스트림(Clickstream)'이나 '키워드'만을 활용하는 기존 솔루션과 달리, 자연어와 맥락을 이해하는 데 특화되어 있으며, 기존의 검색, 탐색, 추천 도구를 대체할 수 있는 AI-네이티브 엔진이다.
Cimulate는 대규모의 데이터셋으로 학습된 '교사 모델(Teacher Model)'의 지식을 경량화된 '학생 모델(Student Model)'로 이전하는 '모델 증류(Model Distillation)' 개념을 커머스에 적용하여 데이터가 쌓일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AI가 가상의 소비자 시나리오를 만들어 선행 학습을 시켜 어떤 상품 배치와 설명이 전환율이나 클릭률을 높일지 미리 파악하여 최적화시킨다. Cimulate 공동창업자 비벡 파리아스는 “대부분의 소매업체 데이터는 아마존이나 월마트 같은 거대 유통사에 비해 턱없이 적기 때문에, 우리 플랫폼은 인터넷 상의 모든 데이터를 활용해 합성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를 기업의 자체 데이터와 결합함으로써 이러한 데이터 열세를 해소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Insider: Agent One
Cimulate와 함께 AI 에이전트 커머스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는 Insider다. Insider의 AI 쇼핑 어시스턴트 'Agent One™'은 기존에 축적된 고객 데이터 플랫폼(CDP)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행동 패턴, 과거 상호작용, 그리고 풍부한 CDP 데이터를 활용하여 고객의 쇼핑 의도를 명시적으로 파악하기 전에 미리 예측한다.
Insider의 핵심 가치는 감성 지능 대화를 통해 인간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기존의 CDP, 개인화된 사이트 검색 플랫폼(Eureka), 스마트 추천 모델 등 자사의 방대한 데이터 및 기술 스택과 통합하여 고객 프로필을 지속적으로 풍부하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 있다. 이는 이미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고객 경험을 고도화하려는 기업에게 특히 매력적인 솔루션이 될 수 있다.
Cimulate는 '데이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성 데이터 생성에 집중하는 반면 , Insider는기존 고객 데이터(CDP)의 활용 및 확장에 집중한다. 이러한 차이는 각 솔루션이 어떤 기업에 더 적합한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새로운 시장/제품을 탐색하려는 기업은 과거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 미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함으로써 민첩성을 확보할 수 있는 Cimulate의 접근법이 더 유리할 수 있다. 반면, 이미 대규모의 고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고객 경험을 고도화하려는 기업은 Insider의 솔루션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커머스 분야의 민주화 시작
과거에는 원하는 제품을 찾기 위해 수많은 쇼핑몰을 전전하며 클릭하고, 다양한 필터를 적용해가며 적합한 물건을 일일이 골라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소비 여정은 점점 과거의 빛바랜 유산이 되어가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와 기술을 보유한 아마존, 월마트와 같은 공룡 기업들만 AI 쇼핑 경험을 제공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중소 규모의 일반 쇼핑업체들도 에이전트 플랫폼을 도입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Cimulate를 비롯한 에이전트 플랫폼들은 “리테일 업체들이 더 이상 아마존급 데이터를 갖지 않아도 아마존과 경쟁할 수 있도록 지능을 제공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상거래의 새로운 표준이 되어감에 따라, 데이터가 부족한 기업도 합성데이터와 AI로 격차를 줄이고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머스 분야의 탈중앙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Stripe가 기존의 낙후된 온라인 결제 방식을 새롭게 혁신하여 결제 인프라의 선두가 된 것처럼, 에이전트 쇼핑 플랫폼은 사용자 개개인의 맥락과 의도를 깊이 이해하고, 단순한 검색이나 추천을 넘어서 대화 기반의 상호작용을 통해 커머스 경험을 재구성하여 온라인 쇼핑 경험 전반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기반이 되고 있다. 앞으로 쇼핑 플랫폼은 AI가 주도하는 상거래가 보편화될 것이며, 이를 사전에 준비하는 기업만이 “고객에게 발견되고 선택받는” 자리에 올라설 것이다.
글: 투이컨설팅 디지털 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