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클라우드 종속에서 탈출 선언, Liquid AI의 등장
에이전틱 AI는 단순한 정보 검색이나 요약 기능을 넘어,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다단계 계획을 수립하며, 외부 시스템 및 도구와 상호작용하여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의 약 72%가 이미 에이전틱 AI를 도입했거나 향후 2년 내에 도입할 계획이 있음을 밝히고 있으며, IT, 마케팅, 영업, 서비스 운영 등 전 사업 기능에서 AI 사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에이전틱 AI 시장 규모는 2024년 6.8억 달러에서 2034년까지 연평균 30.3%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93.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따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AWS 등은 저마다 에이전트형 AI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빅테크의 에이전틱 AI 접근 방법은 각기 다르지만 대규모 AI 모델을 클라우드에서 돌리고, 이를 일반 사용자부터 기업까지 폭넓게 확산시키는 데 주력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빅테크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플랫폼의 사용량 기반 가격 모델은 직원들의 AI 활용이 증가할수록 비용 역시 증가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예측 불가능한 높은 운영 비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인터넷 연결이 좋지 않은 환경이나 프라이버시·보안 중심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성능이 떨어지며, 기본 모델 수정·맞춤화에도 제약이 따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Liquid AI는 빅테크와는 정반대의 접근법, 즉 “작고 특화된 모델들을 디바이스에서 실행시키는 에지 중심의 에이전틱 AI"를 제시하여 주목받고 있습니다. MIT 컴퓨터 과학 및 인공지능 연구소(CSAIL)에서 분사한 Liquid AI는 기존의 생성형 사전 훈련 트랜스포머(GPTs) 구조와 다른 새로운 아키텍처, 즉 액체 신경망(Liquid Neural Networks, LNNs)을 기반으로 AI 시스템을 구축하였습니다. 2024년 9월 공개된 Liquid Foundation Model(LFM) 시리즈는 13억~30억 규모 파라미터의 비(非)트랜스포머 언어모델로, 동급 크기의 기존 트랜스포머 모델들을 능가하는 성능을 보여주며 주목받았습니다.
개인이 수백개의 에이전트를 고용하는 시대
기존의 트랜스포머 방식은 대규모 병렬 처리에 유리하지만, 그 대가로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기 때문에 MS, 구글, AWS 등 빅테크의 클라우드 인프라에 의존해야 합니다. 반면, Liquid AI는 아키텍처 혁신을 통해 모든 토큰을 데이터센터로 전송하는 방식 기존 방식 대신 지능을 디바이스로 직접 이동시켜, 클라우드 종속성 없이 실시간 성능과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며 TCO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습니다. Liquid AI의 CEO 라민 하사니는 “평균적인 토큰(추론)을 에지로 보내자”는 구호를 제시하며, 클라우드에 매번 의존하지 않아도 될 작지만 똑똑한 AI 에이전트 수백 개가 사람마다 동시에 활용되는 미래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Liquid AI는 한 사람당 100여개가 넘는 소형 에이전트가 기기, 앱, 서비스 곳곳에 상주하면서 개인 비서부터 보안/자동화까지 수행하는 사회를 예견하며, 이러한 탈중앙화 AI 흐름을 “플래닛 스케일(Planet-scale) AI”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Liquid AI의 핵심 가치 제안은 효율성(Efficiency), 프라이버시(Privacy), 그리고 온디바이스(On-device) 성능 극대화입니다. 이들은 AI 모델의 아키텍처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여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고, 클라우드 종속성 없이 가장 빠른 AI를 제공하는 "에지 네이티브(Edge-Native)" 스택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기업들은 굳이 외부 거대모델 API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통제 가능한 AI 스택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특히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의료/금융, 통신 인프라가 제한적인 현장(군사, 제조설비) 등에서는 온프레미스 실행이 가능한 Liquid AI 방식이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제 LLM이 아닌 LFM 시대가 도래한다?!
(1) Liquid Nanos – 특화 에이전트 모델 패밀리
Liquid AI는 2025년 9월 25일 ▲LFM2-Extract ▲LFM2-ENJP-MT ▲LFM2-RAG ▲LFM2-Tool ▲LFM2-Math ▲Luth-LFM2 등 6종의 소형 특화 AI 모델군인 ‘리퀴드 나노스(Liquid Nanos)’를 오픈소스로 공개했습니다. Liquid AI가 출시한 Nanos는 3억 5000만~26억 매개변수 규모의 초경량 모델로, 대규모 데이터센터 대신 100MB~2GB 메모리로 구동하는 장치에서 직접 실행되도록 설계됐는데 연산을 클라우드 인프라가 아닌 기기 자체로 옮겨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낮추며, 프라이버시를 강화하고, 연결성이나 에너지 사용이 제한된 기업 및 연구 환경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Nanos 전략의 중요성은 단순히 모델이 작다는 것을 넘어, 특화된 태스크에서 프론티어 모델급의 성능을 구현하며 , 메모리 점유율을 최소화하고 지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데 있습니다. 이는 AI 배포의 핵심 병목 현상인 컴퓨팅 비용, 전력 소비, 실시간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여, Big Tech의 클라우드 LLM 모델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합니다.
(2) Liquid Edge AI Platform (LEAP) – 에지 AI 배포 플랫폼
LEAP(Liquid Edge AI Platform)는 엔터프라이즈급 에지 네이티브 AI 배포를 위한 핵심 플랫폼으로 OS에 독립적이며, 모델에도 독립적인 개발자 중심의 플랫폼으로, 모델의 배포, 파인튜닝, 실행을 온프레미스나 엣지 환경에서 직접 수행할 수 있게 합니다.
(3) Apollo – 모바일 앱
Apollo는 Liquid AI가 인수한 iOS 기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LFM의 온디바이스 성능을 시연하는 핵심 도구입니다. 앱스트어에서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하며,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환경에서도 휴대폰으로 음성 비서, 번역, 문서요약 등의 AI 기능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빅테크의 비즈니스 모델과 어떻게 다른가?
연 매출 1천만 달러 미만의 기업, 연구기관, 개인 개발자는 Liquid AI의 모든 모델을 무료로 사용∙수정∙배포할 수 있습니다. 수정한 파생모델을 재배포하는 것도 허용되지만, 모델 출처 표시 및 변경 내용 공개 등의 조건을 지켜야 합니다. Liquid AI 측은 “연 매출 1천만 달러 이하 기업들은 장벽 없이 우리 모델을 채택해볼 수 있고, 그 이상으로 성장하면 당사와 협의하면 된다”고 설명하면서, 스타트업∙학계∙개인 개발자 풀을 선점함으로써 향후 대기업 고객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반면, 연 매출 1천만 달러 이상 규모의 기업이 Liquid AI 모델을 상업 서비스에 쓰고자 할 경우에는 별도 상업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합니다. 이러한 수익모델은 메타가 Llama 2 모델에 적용한 것과 유사한데, 작은 스타트업과 연구자에게는 문호를 개방하여 생태계를 키우고, 대기업에서는 수익을 창출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에이전틱 AI 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에이전틱 AI 분야는 앞으로 두 갈래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빅테크들은 막대한 데이터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점점 더 똑똑한 범용 AI 비서를 지향하며, 일상 전반에 파고드는 초개인화 에이전트 경쟁을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구글은 Gemini를 단순한 모델 묶음이 아니라 모든 기기와 서비스를 아우르는 “유니버설 AI 어시스턴트”로 진화시키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습니다.
반면, Liquid AI를 비롯한 신흥 플레이어들은 경량 특화 모델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클라우드 의존도를 낮추는 대안 경로를 개척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Liquid AI의 Nanos 전략이 성공적으로 TCO 절감과 성능을 입증할수록, 빅테크 또한 더 작고 효율적인 모델(SLM)을 클라우드에서 제공해야 하는 압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Liquid AI의 전략은 자동차, 이커머스 등 특정 산업 도메인에 초기부터 집중하여, 클라우드 종속성이 치명적일 수 있는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하면서 빅테크의 클라우드 플랫폼 종속성을 우회하는 강력한 동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결국 승부처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빅테크와 신형 플레이어 중 누가 더 많은 개발자와 기업을 자신의 AI 생태계에 묶어두느냐, 누가 AI 유지 비용을 더 경제적으로 통제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결정될 것입니다. 향후 2~3년간 Liquid AI가 얼마나 빠르게 업계 표준의 한 축으로 자리잡느냐에 따라, 에이전틱 AI 시장의 경쟁 지형과 기술 표준도 달라질 것입니다.
글: 투이컨설팅 디지털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