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AI 기능 탑재된 스마트 글라스 공개

메타(Meta)는 2025년 9월 17일 개최된 Connect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에실로 룩소티카(Essilor Luxottica)와 공동 개발한 차세대 스마트 글라스 ‘Meta Ray-Ban Display Glasses’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제품은 1,200만 화소 카메라와 3K 비디오 촬영, 오픈이어 스테레오 스피커, 그리고 내장 AI 음성 비서인 “Meta AI”를 탑재했고 배터리 수명은 8시간으로 1세대의 6시간에서 비해 2시간 늘었다.

Tom’s Guide는 리뷰어가 몇 시간 착용한 후에도 얼굴에 안경을 쓰고 있다는 걸 잊어버렸다고 말할 정도로 편안한 착용감을 준다고 좋게 평가했다. 특히 다수가 함께 AR을 즐기면서 “서로가 보는 것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1세대 Ray-Ban 안경부터 써온 사용자들은 “생각보다 자주 쓰게 된다”며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특별한 순간 뿐 아니라 강아지 산책, 여행, 스포츠 활동중에도 손을 쓰지 않고도 중요한 순간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이번에 공개된 모델은 음성 명령으로 "헤이 메타, 사진 촬영해줘”라고 말하면 손을 쓰지 않고도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고, 실시간 언어 번역 기능도 제공한다. 이 제품은 6개 언어의 실시간 대화 번역을 지원하며, 언어 팩을 다운로드하면 오프라인에서도 동작한다.

신규 기능으로 오른쪽 눈에 풀컬러 모노큘러(단안) 디스플레이를 추가했는데, 이를 통해 이전 세대의 오디오 기반 대화 기능을 넘어, 온보드 AI를 활용한 새롭고 방식의 경험을 제공한다. 최대 밝기는 5,000니트에 달하지만, 빛 누출은 2%에 불과해 주변 사람들이 디스플레이를 알아채기가 어렵다. 모든 제품은 변색 렌즈가 기본 탑재되며, 자외선에 따라 밝기가 조정된다. 단안식 구조라 한쪽 렌즈에만 화면이 나타나 약간 거슬릴 수 있으나 시야를 완전히 가리진 않는다.

이번에 공개된 가장 큰 추가 기능은 뉴럴 밴드(Neural Band)이다. 이 밴드는 근전도(EMG)를 활용해 근육 신호를 읽고 제스처로 디스플레이를 제어한다. 엄지와 검지를 집으면 메뉴 항목 선택, 중지를 집으면 ‘뒤로 가기’, 중지를 두 번 집으면 화면 호출·종료가 된다. 주먹을 옆으로 쥐고 엄지를 좌우·상하로 움직이면 스크롤, 집은 상태에서 손을 돌리면 볼륨 조절 및 사진 촬영 시 줌 기능을 수행한다. 실제 착용 후 가운데 손가락을 두 번 집으면, 오른쪽 눈앞에 디스플레이가 나타나 시야 앞에 떠오르는데 이를 통해 문자 메시지, 인스타그램 릴스, 지도, 사진 미리보기를 확인할 수 있어 굳이 휴대폰을 꺼낼 필요가 없다. 휴대폰과 페어링되기 때문에, 일종의 팝업 확장 기능처럼 작동하고 대화 중에도 스크린에 실시간 자막이나 번역이 표시된다. 다방향 마이크 배열 덕분에 내가 바라보는 사람만 인식해 그 사람의 말만 자막으로 보여주고 동시에 여러 명이 말해도 혼선이 없었고, 시선을 바꾸면 거의 지연 없이 자막이 따라온다.

하지만 이번 신모델 역시 단점도 존재한다. 카메라가 항상 얼굴에 장착되어 있다 보니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촬영 시에는 프레임 상단에 LED 녹화등이 켜져 주변에 알리도록 되어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몰래 촬영 가능성에 민감하다. 또한 안경이 상시 음성 명령 대기 상태(wake-word listening)라는 점에서 대화 도청 우려도 있다. 메타는 자사 AI가 얼굴 인식이나 개인 식별을 하지 못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지만,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불과 몇 초 만에 얼굴 인식을 추가해 개인정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Meta AI의 성능이 일관되지 않다고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플레이스테이션5를 플레이스테이션 4로 잘못 인지하거나, 빨간색 갑옷 피규어를 전부 아이언맨으로 인식하는 오류를 보여줬다.

AI, AR, 메타버스가 결합된 장기 전략 시너지 기대

마크 주커버그는이번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Ray-Ban Meta (카메라 안경) → Ray-Ban Display (디스플레이 안경) → Orion (풀스펙 AR 안경 프로토타입)의 3단계 전략"을 언급하면서, 이번 모델을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을 향한 다음 단계로 포지셔닝하고 "스마트폰 이후의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은 AI와 AR, 메타버스의 결합"이라는 장기 전략을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메타는 VR 헤드셋과 AR 글래스가 서로 연결되는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출시된 메타 퀘스트 3에는 Ray-Ban 안경과 직접 페어링하는 기능이 실험적으로 도입되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없이도 안경으로 촬영한 사진/영상이 VR 헤드셋으로 자동 전송되어 큰 화면으로 감상하거나 공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행 중에 안경으로 촬영한 영상을 호텔에서 퀘스트 헤드셋으로 바로 불러와 큰 가상 스크린으로 감상하고, Wi-Fi 환경에서 그 영상을 왓츠앱(WhatsApp)으로 가족에게 전송하는 식으로 XR 기기간 크로스 플랫폼 사용성이 향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또한 스마트 글래스에서 쌓은 컴퓨터 비전, UX 노하우를 향후 AR 헤드셋이나 퀘스트의 MR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뉴럴 밴드(Neural Band)를 통한 근전도 입력 기술도 VR/AR 컨트롤러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솔루션이 될 수 있어, 미래에 출시될 퀘스트 기기에도 적용될 잠재력이 있다. 정리하면 메타는 VR과 AR을 별개가 아닌 연속된 스펙트럼으로 보고 있으며, 퀘스트의 실내 몰입경험과 스마트 글래스의 실외 일상 경험을 연계함으로써 AI와 AR, 메타버스가 결합되는 진정한 XR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VR/AR, 소셜미디어, AI를 모두 연결하려는 메타의 큰 그림 속에서, 이번에 공개된 신제품은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은 일부 한계와 개선 과제가 있지만, 앞으로 이 스마트 글래스가 메타버스 시대의 스마트폰과도 같은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이번에 공개된 2세대 스마트 안경의 성공 여부와 사용자 피드백은 메타의 향후 전략에 중요한 나침반이 될 것이며, 경쟁이 가열되는 XR 시장에서 메타가 얼마나 앞서나갈지 지켜봐야 하겠다.

글: 투이컨설팅 디지털 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