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의 OpenClaw 인수, AI 산업의 판을 다시 짜다
챗봇 시대의 종말과 에이전트 전쟁의 서막
2026년 2월 15일, OpenAI CEO 샘 올트먼은 X(구 트위터)를 통해 오스트리아 출신 개발자 피터 슈타인버거가 OpenAI에 합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슈타인버거는 GitHub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프로젝트인 'OpenClaw'의 창시자로 맥미니 품귀 현상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올트먼은 그를 "차세대 개인 에이전트 개발을 이끌 천재"라고 소개했고, OpenClaw는 OpenAI가 후원하는 독립 오픈소스 재단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피터 슈타인버거가 개발한 OpenClaw는 단 몇 달 만에 GitHub 스타 18만 개를 돌파하며 개발자 커뮤니티를 강타한 바 있다. 2023년의 AutoGPT 열풍이 '사고하는 에이전트'에 가까웠다면, OpenClaw는 '행동하는 에이전트'로 사용자의 받은 편지함을 정리하고,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항공편 체크인을 대신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슈타인버거는 이러한 에이전트들이 궁극적으로 기존 앱의 80%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AI 산업 경쟁 구도의 재편: 모델 전쟁에서 에이전트 전쟁으로
이번 인수가 AI 산업에 던지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경쟁의 축이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로 완전히 이동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5년 말 기준 OpenAI의 엔터프라이즈 시장 점유율은 2023년의 50%에서 27%로 크게 하락했으며, Anthropic은 같은 기간 40%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OpenAI는 Agents API, Agents SDK, Atlas 에이전트 브라우저 등 에이전트 제품을 잇달아 시도했지만 OpenClaw 수준의 반향을 얻지 못했다. 슈타인버거 영입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가장 공격적인 베팅이라고 할 수 있다.
에이전트 레이어를 둘러싼 경쟁은 비단 OpenAI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Meta는 최근 풀 에이전트 시스템 Manus AI와 LLM 통합을 위한 웨어러블 기기 업체 Limitless AI를 잇달아 인수했다. 마크 저커버그 역시 슈타인버거에게 WhatsApp을 통해 직접 인수 제안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슈타인버거가 OpenAI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프로젝트의 오픈소스 유지라는 조건을 OpenAI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가장 영향력 있는 AI 인터페이스는 빅테크나 대형 연구소 내부에서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혁신적인 모바일 앱이 Apple이나 Google이 아닌 독립 개발자들로부터 나왔듯, 킬러 에이전트 경험 역시 경계를 넘는 시도를 감행할 수 있는 외부 빌더들에 의해 주도될 수 있다.
Anthropic의 뼈아픈 자충수
이번 인수 스토리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대목은 Anthropic의 역할이다. OpenClaw는 본래 Anthropic의 Claude 모델 위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된 프로젝트였다. 초기 명칭 ClawdBot 자체가 Claude에 대한 오마주였으며, OpenClaw는 Anthropic에 가장 많은 API 트래픽과 매출을 가져다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러나 Anthropic은 이 커뮤니티를 품는 대신 법적 조치를 택했다. TechCrunch에 따르면, Anthropic은 ClawdBot이라는 명칭이 Claude 상표와 혼동을 야기한다며 중단·금지(cease-and-desist) 서한을 발송하고, 도메인 리디렉션조차 허용하지 않는 강경 대응을 취했다. 슈타인버거는 이 과정에서 두 차례에 걸쳐 프로젝트명을 변경해야 했고, 두 번째 리브랜딩은 암호화폐 사기꾼들의 공격으로 이어져 그가 프로젝트 전체를 삭제할 것을 고민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을 초래했다.
결과적으로 Anthropic은 자사 API 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에이전트 생태계를 스스로 경쟁사에게 헌납한 자살골을 넣은 모양새가 되었다. 해커뉴스(Hacker News) 커뮤니티는 "Anthropic의 상표 집행이 우연히 OpenAI와의 만남을 만들어냈다"고 꼬집었다. 브랜드 보호와 에코시스템 육성 사이의 균형이라는 질문은 앞으로 모든 AI 기업이 마주할 전략적 과제로 남게 됐다.
엔터프라이즈 OpenClaw 출현 가능성은?
OpenClaw의 파급력이 확인된 지금, 업계의 다음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안전한 엔터프라이즈 버전의 OpenClaw는 가능한가?" 현재로서 OpenClaw의 강점과 취약점은 동전의 양면이다. 강점이었던 '가드레일 부재'는 기업 환경에서는 치명적 약점이 된다. 일부 사용자들이 루트 권한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만으로 에이전트를 구동하고 있고, LangChain조차 보안 우려로 사내 노트북 설치를 금지했다. 대기업과 빅테크에서는 OpenClaw의 개방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내부 직원들에게 사용 금지 조치를 내렸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당근 등이 OpenClaw 사내 사용 금지를 공지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penClaw 엔터프라이즈 버전 출시는 가속화되고 있다. 바이두는 자사 스마트폰 앱에 OpenClaw를 직접 통합하겠다고 발표했으며, OpenClaw는 DeepSeek 등 중국 LLM과도 연동 가능해 글로벌 에코시스템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OpenAI는 슈타인버거 영입 불과 일주일 전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트 플랫폼 'Frontier'를 출시하며 기업 시장 공략의 신호탄을 쐈다. 슈타인버거 자신도 OpenAI 합류를 결정한 이유로 "우리 엄마도 사용할 수 있는 에이전트"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기술적 장벽을 낮춘 대중화와 기업용 안전성 확보는 같은 방향을 향한 두 과제다.
엔터프라이즈 OpenClaw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과제가 선결되어야 한다.
첫째, 데이터 거버넌스와 권한 관리의 엄격한 계층화가 필요하다. 개인 사용자가 루트 권한으로 자유롭게 구동하는 방식은 기업 환경에서 허용될 수 없다.
둘째, 에이전트의 행동에 대한 감사 추적(audit trail)과 설명 가능성이 요구된다.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메일을 보내고, 결제를 진행하고, 시스템에 접근한다면 모든 행동은 기록되고 검증 가능해야 한다.
셋째, 오픈소스 재단 거버넌스의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 Hacker News 커뮤니티는 재단의 이사회 구성, 거버넌스 문서, 상표 소유권에 관한 명확한 계약 관계가 아직 정립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OpenAI가 오픈소스를 약속하면서도 비영리-영리 전환 소송에 직면해 있다는 역사적 맥락도 커뮤니티의 우려를 키운다.
전문가들이 "모든 엔터프라이즈 개발자가 안전한 OpenClaw 버전을 원할 것"이라고 인정한 것처럼, 시장 수요는 분명히 존재한다. Anthropic의 Claude Cowork, Microsoft의 Copilot 에이전트, Google의 Project Mariner 등 유사한 비전을 가진 제품들이 이미 경쟁 대열에 합류해 있다. 결국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트 전쟁의 승자는 OpenClaw의 '행동하는 자유로움'을 기업 환경의 '통제된 안전성' 위에 이식하는 데 가장 먼저 성공하는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
글: 투이컨설팅 디지털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