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大, AI 에이전트 시대의 노동: 자동화 욕구와 기술 역량의 불일치 현상 분석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이 2025년 5월 발표한 "Future of Work with AI Agents: Auditing Automation and Augmentation Potential across the U.S. Workforce" 논문이 AI 산업 전반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이 연구는 AI 에이전트의 급격한 발전이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작업자들이 AI 에이전트가 어떤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증강하기를 원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바람이 현재의 기술적 역량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연구진은 미국 노동부의 O*NET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WORKBank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으며, 104개 직업에 걸친 844개 이상의 과업에 대해 1,500명의 현업 종사자들의 선호도와 AI 전문가들의 기술 역량 평가를 수집하고 이들이 AI 자동화를 얼마나 원하는가를 직접 평가하게 했다. 동시에 52명의 AI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 수준에서 각 과업의 자동화 가능성을 진단했다.  

연구진은 인간 주체성 척도(Human Agency Scale, HAS)를 개발했는데 HAS는 직업 작업 완료 및 품질에 필요한 인간 개입의 정도를 H1(인간 개입 없음)부터 H5(인간 개입 필수)까지 5단계로 정량화하는 척도이다.

Levels of Human Agency Scale (HAS)


연구진은 다음과 같이 자동화 수요와 기술 가능성을 기준으로 영역을 분류했다.

• 녹색 신호등 구역(Automation "Green Light" Zone): 기술적 가능성과 수요가 모두 높은 영역으로 AI 에이전트 배포의 최우선 후보이며 생산성 및 사회적 이득의 큰 잠재력을 보유

• 적색 신호등 구역(Automation "Red Light" Zone): 기술은 있으나,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영역으로 배포 시 작업자의 저항이나 부정적인 사회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

• R&D 기회 구역(R&D Opportunity Zone): 자동화 희망은 높지만 현재 역량이 낮은 영역

• 저우선순위 구역(Low Priority Zone): 자동화 희망과 역량이 모두 낮은 작업

조사 결과 현재 AI 스타트업들의 연구 개발과 투자가 그린 라이트존이 아니라 대부분 적색 구역과 저우선순위 구역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사람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녹색 신호등 구역과 R&D 기회 구역은 투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상위 5개 순위 상승 기술 (녹색)

이 기술들은 현재 임금 기준 순위는 높지 않지만, AI 시대에도 인간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여 미래에 더 중요해질 수 있다.

  • Organizing, Planning, and Prioritizing Work (조직, 계획, 우선순위 설정)
  • Training and Teaching Others (타인 교육 및 훈련)
  • Communicating with Supervisors, Peers, or Subordinates (상사·동료·부하와의 의사소통)
  • Assisting and Caring for Others (타인 돌봄 및 지원)
  • Monitoring and Controlling Resources (자원 모니터링 및 통제)

➡️ 공통점: 사람과의 상호작용, 교육, 조직 관리 등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 중심 역량임


📉 상위 5개 순위 하락 기술 (빨간색)

현재 임금은 높지만, AI가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정보 처리 중심의 기술:

  • Analyzing Data or Information (데이터 분석)
  • Documenting/Recording Information (기록 및 문서화)
  • Performing Administrative Activities (행정업무 수행)
  • Establishing and Maintaining Relationships (관계 형성 및 유지)
  • Updating and Using Relevant Knowledge (지식 갱신 및 활용)

➡️ 공통점: 정형화된 정보 처리 및 문서화 업무로, AI의 자동화 기술이 대체 가능

지속 가능한 AI를 위한 조건: "기술에서 인간으로”

이 연구는 AI 에이전트의 자동화 및 증강 능력에 대한 기술적 역량과 실제 현업 종사자들의 수요 간의 정합성을 분석함으로써, 기술 발전의 방향성과 사회적 수용성 사이의 간극을 실증적으로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연구 결과 현재 AI 산업 전반의 투자 및 개발 방향이 반드시 사회적 수요와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기술적 역량과 자동화 수요가 모두 높은 ‘녹색 신호등 구역’은 생산성 향상과 사회적 이득 창출의 잠재력이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정작 민간의 연구개발(R&D) 자본은 해당 영역이 아닌, ‘적색 신호등 구역’이나 ‘저우선순위 구역’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었다. 이는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나 사회적으로 원하지 않는 영역에 자원이 편중됨으로써, 향후 노동자 저항, 정책적 마찰, 사회적 신뢰의 저하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기술 역량은 아직 부족하지만 현장 수요가 높은 ‘R&D 기회 구역’은 차세대 AI 연구의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지표로 기능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 기술 개발 로드맵 수립 시 중요한 참고점이 된다.

AI 에이전트의 발전이 단순히 기술적 가능성에 기반하여 추진될 것이 아니라, 실제 노동 현장의 요구와 인간 중심적 설계를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 본 연구의 시사점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AI 기술의 책임 있는 개발을 위해서는 기술자, 산업계, 정책결정자, 노동자 간의 다자간 협력과 소통이 필수적이며, HAS(Human Agency Scale)와 같은 정량적 도구를 통해 기술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본 연구는 기술 개발의 사회적 정합성(socio-technical alignment)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핵심 조건임을 시사한다. 이제 AI 산업은 기술 중심에서 사람 중심의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