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결제 판이 바뀐다: Stripe의 스테이블코인 승부수
2010년 아일랜드 출신 형제인 패트릭 콜리슨(Patrick Collison)와 존 콜리슨(John Collison)가 창업한 Stripe는 2026년 3월 현재 전 세계 46개국에서 결제를 지원하고, 포춘 500 기업의 62%를 고객으로 보유한 글로벌 페이먼트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23년 총결제처리량(TPV)이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2024년에는 1.4조 달러, 2025년에는 1.9조 달러로 성장했는데 이는 Stripe가 글로벌 금융 트랜잭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막해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이다.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스트라이프는 기업가치는 약 1,590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다.
스트라이브의 비즈니스 모델은 표면적으로는 결제 수수료이지만, 본질은 기업들이 금융 서비스를 내재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프라 레이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단일 수수료 모델이 아니라 복합적 수익 구조를 형성한다. 먼저 결제 처리 영역에서는 135개 통화를 지원하며, 주요 카드와 디지털 월렛, 계좌이체까지 포괄하는 통합 결제 인프라를 제공한다. 또한 사기 방지 솔루션 레이더와 오프라인 결제를 위한 터미널을 포함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결제 환경을 구축했다. 빌링과 구독 관리 기능은 SaaS와 같은 구독형 비즈니스를 위해 청구 과정을 자동화했는데 사용량 기반, 단계별 요금제, 하이브리드 구조 등 복잡한 가격 정책도 코딩 없이 설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스트라이프 커넥트는 플랫폼과 마켓플레이스 사업자가 판매자나 서비스 제공자에게 결제 기능을 임베드할 수 있도록 하는 멀티파티 결제 인프라로 Shopify와 DoorDash 등이 이를 활용해 자사 생태계내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스트라이프의 제품군들은 단순히 개별 솔루션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수익 주기(Revenue Lifecycle) 전 단계를 커버하는 통합 생태계를 형성한다. 고객이 하나의 제품을 도입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제품으로 확장되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며, 이것이 Stripe의 높은 고객 유지율과 ARPU 상승의 핵심 동력이다.
2025년 Stripe는 '결제 전용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수백억 건의 트랜잭션으로 훈련된 이 모델은 개별 결제에서 발생하는 수백 가지 신호를 포착하여 사기 탐지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특히 Nvidia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Nvidia가 Stripe로 결제 인프라를 완전 전환한 사례는 대기업 시장에서 AI 기반 결제 플랫폼의 신뢰도를 높이는 레퍼런스가 됐다. AI는 Stripe의 사업 성장에도 직접적인 테일윈드(Tailwind)로 작용하고 있다. CEO인 John Collison은 '빠르게 성장하는 AI 기업 코호트'가 고객 포트폴리오를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OpenAI, Perplexity 등 AI 플랫폼들이 사용량 기반 빌링 모델을 운영하기 위해 Stripe의 Billing 제품을 채택하면서, AI 생태계 성장이 Stripe의 총결제처리량 및 수익 확대로 직결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Stripe의 Bridge 인수가 주는 의미
Stripe의 2026년 성장 전략에서 스테이블코인은 AI와 함께 양대 축을 이룬다. 스트라이프는 2024년 11억 달러에 인수한 Bridge를 통해 결제 산업의 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Bridge는 달러에 1: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관리하는 기술을 가진 회사로 이번 인수를 통해 Stripe는 더 이상 결제를 처리하는 회사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들이 자체적인 디지털 달러를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프라 기업으로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거래 수수료 중심의 비즈니스에서 자금 보관과 운용에서 발생하는 수익까지 포괄하는 구조로 확장하는 것이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GENIUS Act 통과 이후 Bridge의 결제 볼륨은 1년 만에 4배 가량 급증했으며, 스테이블코인은 특히 신흥 시장의 달러 기반 송금과 새로운 핀테크 애플리케이션의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스트라이프가 출시한 Open Issuance는 기업이 자체 브랜드의 스테이블코인을 쉽게 발행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기업은 이를 통해 고객이 가진 잔액을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보관하게 할 수 있고, 글로벌 송금이나 정산을 거의 즉시 처리할 수 있으며, 준비금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도 확보할 수 있다. 기존에는 대형 금융기관이나 일부 핀테크 기업만 가능했던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이제는 보다 폭넓은 기업에게 개방되는 셈이다. 이 구조가 확산될 경우, 결제 산업은 카드 네트워크 중심에서 블록체인 기반 가치 이동 구조로 점진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포인트, 잔액, 디지털 자산을 하나의 통합된 디지털 통화 체계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아직은 크립토 기업들이 초기 도입자이며, 비(非)크립토 기업들이 얼마나 빠르게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수와 제품 출시는 결제회사가 ‘디지털 달러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하려는 분명한 신호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Stripe의 2026년 성장전략
Stripe의 2026년 성장 전략은 크게 세 가지 벡터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엔터프라이즈 시장으로의 심화 전략이다.
기존에 중소상공인(SMB) 중심으로 성장해 온 Stripe는 이제 대기업 고객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며 업셀링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6년 연간 반복수익(ARR) 1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으며, Fortune 500 기업과의 계약 확대가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Nvidia, Microsoft 등과의 기존 협업 사례는 대기업 세일즈 과정에서 신뢰를 확보하는 강력한 레퍼런스로 기능하고 있다. 이는 단순 고객 수 확대가 아니라, 평균 계약 규모(ACV)를 끌어올리는 질적 성장 전략으로 해석된다.
둘째, 글로벌 시장 확장이다.
2025년 신규 계약 기업의 절반 이상이 미국 외 지역에서 유입되었으며, 한국, 인도네시아, 중동 등 신흥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Stripe는 각 지역의 규제 환경에 대응하는 동시에 현지화 전략을 병행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기반 인프라를 활용해 크로스보더 결제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함으로써 기존 은행 대비 경쟁 우위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 해외 진출을 넘어,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의 재구성을 지향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셋째, AI와 에이전틱 커머스에 대한 대응이다.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상품 탐색, 구독 관리, 결제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틱 커머스’ 환경이 부상함에 따라, Stripe는 AI가 직접 자사 API를 호출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새로운 오케스트레이션 제품군을 2025년부터 출시했다. 이는 인간의 직접 개입 없이 시스템 간에 거래가 이루어지는 M2M(Machine-to-Machine) 결제 시대를 선점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제 스트라이프는 기존 결제 기업에서 금융 인프라 기업으로, 더 나아가 디지털 달러 생태계를 설계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더 이상 결제를 처리하는 회사에 머물지 않고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자금을 생성하고, 보관하고, 이동시키는 전 과정을 설계하는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