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 3는 혁신인가? 사기인가?
몇년전부터 WEB 3가 주목받으면서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나이키, 아디다스, 스타벅스, 구찌, 포르쉐와 같은 전통 기업들도 WEB 3 세상에 진출하기 위해 메타버스와 NFT를 새로운 혁신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의 디지털 트윈 또는 새로운 개념의 트윈으로서 소비자의 경제활동이 새롭게 주체적으로 이뤄지는 가상의 세계이며, NFT는 인간이 가진 '희소성'이라는 욕구를 자극하여 짧은 기간 동안 마켓메이킹이 되고 가격이 급등하는 사례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웹 3는 과연 무엇인가? 중앙화된 구조의 웹 2.0 기업이 사용자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용자가 직접 만든 콘텐츠를 통해 광고 및 수수료 수익을 창출하면서 해당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웹 3는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센터에 저장되던 사용자의 데이터를 블록체인 생태계에 참여하는 개인 기업들의 컴퓨터에 분산하고 블록체인상에 저장하여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다. 이처럼 웹 3 세상에서는 데이터를 제공한 사용자가 직접 데이터 소유권을 가짐으로써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자신이 만든 콘텐츠나 활동을 기반으로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어 많은 사용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사용자가 경제적 보상을 받거나 디지털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양한 X2E (X to Earn)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지만 지나치게 과열됐던 NFT 버블이 꺼지고 실용성 부족 등의 이유로 대부분의 웹 3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나게 되었다.
실패로 끝난 스타벅스 오디세이 프로젝트
2022년 9월 12일, 스타벅스는 미국 스타벅스 회원과 직원들에게 새로운 혜택과 몰입형 커피 경험을 제시하는 웹 3 커뮤니티인 ‘스타벅스 오디세이(Starbucks Odyssey)’를 출시했다. 그동안 모바일 결제, 매장내 와이파이 무료 액세스, 생일자 쿠폰 등 다양한 리워드 프로그램으로 시장을 리드해온 스타벅스가 웹 3 시대를 맞이하여 블록체인 기반의 차세대 로열티 프로그램을 오픈한 것이다.
스타벅스 부사장 겸 최고 마케팅 책임자인 브래디 브루어는 "스타벅스는 그동안 집과 사무실 사이에 있는 제3의 공간과 같은 역할을 수행해왔다. 스타벅스 오딧세이는 이러한 현실 세계 스타벅스 공간에서 경험한 체험을 디지털 세계로 확장시키는 것으로 Web3 기술을 통해 회원들은 커피를 마시며 디지털 커뮤니티에 함께 모여 몰입형 체험을 할 수 있고 미래 계획을 토론하는 등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경험과 소유권에 액세스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스타벅스 오디세이에 접속하면 회원들은 커피와 스타벅스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인터랙티브 게임을 하거나 재미있는 도전을 하는 것과 같은 스타벅스 오디세이 '여정'에 참여할 수 있다. 회원들은 NFT 디지털 스탬프를 수집하는 여정을 떠나게 되고 여행을 마치면 보상을 받게 된다. 또한 회원들은 스타벅스 오디세이내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한정판 NFT 작품을 신용카드로 구매할 수도 있고 다른 회원에게 판매할 수도 있다. 포인트가 많아질수록 가상 에스프레소 마티니 만들기 수업부터 독특한 상품과 아티스트 협업,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의 행사 초대, 스타벅스가 코스타리카에서 운영하는 커피농장 체험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유틸리티 부족과 시장의 장기간 침체로 인해 스타벅스는 오디세이(Odyssey) 로열티 프로그램을 2024년 3월 31일에 종료한다고 발표하면서 NFT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법적 문제와 소송으로 얼룩진 나이키의 WEB 3 비즈니스
나이키는 2020년대 초반 메타버스와 NFT 시장에 진출하여 초기에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최근에는 NFT 가치 폭락과 사업부 폐쇄, 소송 등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2020년 설립된 RTFKT는 메타버스 내 다양한 아바타와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신발과 수집품을 제공하는 회사였다. 나이키는 웹 3에 대한 관심이 절정에 달했던 2021년 이 회사를 인수했다. 인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RTFKT는 2021년 5월,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가 주도한 800만 달러 규모의 시드 라운드를 통해 기업가치 3,330만 달러로 평가받았다.
NFT 사업은 나이키가 중간 유통 단계를 건너뛰고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며 디지털 영역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D2C 비즈니스의 핵심 수단이었다. 당시 나이키 CEO였던 John Donahoe는 "이번 RTFKT 인수는 Nike의 디지털 변혁을 가속화하여 스포츠, 창의성, 게임 및 비즈니스의 교차점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당시 나이키는 단순히 디지털 자산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실물 제품과 NFT를 연계하는 혁신적인 전략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운동화 NFT'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실물 운동화를 제공함으로써 디지털과 물리적 세계를 연결했다. 이는 한정판 효과를 창출하며 한때 NFT 가격이 9,000달러(약 1,300만원)가 넘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또한 실물 운동화에 NFC 태그를 내장하여 블록체인 기반 정품 인증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이는 짝퉁 제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나이키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받았다.
2022년 4월에는 RTFKT가 나이키와 첫 협업한 ‘나이키 크립토킥스(Nike Cryptokicks)’가 출시되며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졌다. 나이키 덩크 제네시스(Nike Dunk Genesis) 신발에서 영감을 받은 2만 개의 NFT가 발행되었고, 수집가들 사이에서 최고 6자리 수의 가격에 거래되었다. 여기에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무라카미 다카시가 디자인한 NFT가 13만 4천 달러에 판매된 사례도 있었다.
2022년 11월, 나이키는 WEB 3 플랫폼 공간인 '.Swoosh(닷스우시)'를 론칭하여 소비자들이 서로 교류하고, 디지털 자산을 수집하고 거래할 수 있는 생태계를 제공했다. 나이키는 NFT를 '가상 창작물(virtual creations)'이라고 부르며 기술적 용어 대신 소비자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나이키의 버추얼 크리에이션은 게임이나 기타 몰입형 가상 공간에서 입을 수 있는 운동화, 옷, 엑세사리 등의 수집품으로 일부는 IRL(in the real life, 실물 연계) 제품이나 독점 이벤트와 같이 현실 세계에서의 혜택으로도 활용되었다. 당시 나이키는 사이트를 통해 스우시(SWOOSH)가 웹3 교육과 버추얼 운동화, 저지 등 디지털 수집품을 교환하는 수단이 될 것이며, 나아가 사용자가 자신만의 디지털 수집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이를 통해 로열티를 벌 수 있다고 자신했다.
나이키는 2021년 12월부터 2023년 2월까지 NFT 판매로 1억 8,500만 달러(약 2,39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중 약 절반인 9,300만 달러가 1차 판매에서 발생했고, 나머지 9,200만 달러는 이차 판매에서 발생한 로열티 수익이었다는 것이다. 나이키 NFT가 거래되는 시장 규모는 2023년 초 기준 약 13억 달러(약 1조 6,801억원)로 집계되었다.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나이키 RTFKT 디지털 패션계의 ‘슈프림(Supreme)’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NFT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며 나이키의 NFT 사업도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2024년 12월, 나이키는 RTFKT 사업부 폐쇄를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한때 9,000달러(약 1,300만원)에 거래되던 운동화 NFT는 현재는 14.4달러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원래 가격의 약 1,000분의 1로 가치에 불과하다. 분노한 투자자들은 수백, 수천 달러를 쏟아부은 NFT가 사실상 쓸모없게 되었다고 한탄했다. X에서는 나이키의 품질 문제, 명확성 부족, 팀의 제한적인 소통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투자자들로 넘쳐났다.
결국 2025년 4월, 나이키는 RTFKT NFT 투자자들로부터 집단 소송을 당했다. 호주 투자자 Jagdeep Cheema가 주도한 이 소송은 나이키가 RTFKT NFT의 가치를 2022년 평균 3.5 ETH(8,000달러)에서 2025년 0.009 ETH(16달러)로 급락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고들은 나이키가 "등록되지 않은 증권"을 판매하여 500만 달러 이상의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제기된 소송에서 원고 측은 “만약 해당 토큰이 미등록 증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이키의 NFT 사업 부진은 회사 전체의 재무 실적 하락과도 맞물려 있다. 나이키 2025년 회계연도 1분기(2024년 여름) 매출은 11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순이익은 10.5억 달러로 28% 감소했으며, 주당 순이익(EPS)은 0.70달러로 26% 감소했다. 이러한 실적 부진으로 나이키는 2024년 CEO 교체를 단행했으며, 엘리엇 힐(Elliott Hill)을 새로운 CEO로 임명했다.
포르쉐의 NFT 프로젝트, 왜 실패했을까?
럭셔리 자동차 제조업체 포르쉐는 2023년 1월, 상징적인 911 스포츠카를 중심으로 총 7,500개의 이더리움 기반 NFT를 발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전설적인 911 차량을 기념하고, 보유자에게 이벤트 및 독점 굿즈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하며, 암호화폐에 익숙한 자동차 애호가들이 포르쉐의 가상 세계 내 미래 디자인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디자이너이자 3D 예술가인 패트릭 보겔이 포르쉐 NFT 디자인에 참여하여 포르쉐의 브랜드 정체성을 입힌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포르쉐 NFT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성능, 라이프스타일, 헤리티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포르쉐 Innovation & Methods 디렉터인 라스 크레이머(Lars Kämer)는 "포르쉐가 추구하는 웹 3의 목표는 포르쉐 애호가들이 커뮤니티와 함께 회사의 NFT 이니셔티브를 발전시키는 것이다"고 말하며 "NFT를 통해 고객의 선호도와 취향을 파악하고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해 NFT 프로젝트 참여자들과 함께 포르쉐 웹 3 로드맵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포르쉐 NFT 프로젝트는 곧바로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포르쉐의 이번 발표를 "현실 감각 없다(tone deaf)", "무지하다(clueless)", "현금 수탈(cash grab)"이라고 비판하였고 해당 트윗은 백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비판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과도한 민팅 가격이다. 포스쉐 NFT 하나에 $1,490(약 200만 원)이라는 가격은 많은 잠재 구매자들에게 너무 비쌌으며, 이로 인해 구매자 풀이 좁아지고 프로젝트가 대중성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사람들은 0.0911 ETH(약 $166, 약 23만원) 정도가 적절하다고 제안했지만, 포르쉐는 비판을 수용하지 않았고 계획을 변경하지도 않았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나게 되었다.
GameFI 프로젝트중 93%가 사망선고
게임과 탈중앙화 금융, 즉 웹 3 게임의 융합을 의미하는 GameFi는 2022년 암호화폐 강세장에서 가장 뜨거운 트렌드였다. 수십억 달러의 투자가 유입되며 투기성 토큰으로 돈이 쏟아졌다. 하지만 현재 GameFi 프로젝트의 93%가 사망 선고를 받았다.
ChainPlay는 총 3,279개의 프로젝트를 데이터베이스에서 분석했는데 프로젝트가 최고가 대비 90% 이상 하락하고 일일 활성 사용자 수(DAU)가 100명 미만일 경우 ‘사망’으로 간주했다. GameFi 프로젝트는 최고가 대비 평균 95% 하락했으며 여기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의 58%가 2.5% ~ 99%의 손실을 입었다. 이러한 수치는 GameFi가 얼마나 불안정하고 일시적인지를 보여주며, 지속 가능한 게임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얼마나 큰 어려움이 있는지를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위메이드가 발행한 위믹스(WEMIX) 코인 역시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받으면서,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게임 사업에 심각한 흠집을 냈다. 위메이드는 지난 2022년 하반기 자체 메인넷인 ‘위믹스 3.0’을 출범하며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을 시도했다. 이후 다수의 블록체인 기반 신작 게임을 예고하고, NFT 마켓과 디파이(DeFi) 서비스도 동시에 선보이며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특히 ‘위믹스 플레이’ 플랫폼을 통해 ‘플레이 앤 언(Play and Earn, P&E)’ 모델을 구현하며, 대표작인 ‘미르4 글로벌’ 등 주요 게임을 이 생태계에 연결해왔다. 위메이드는 게임, 메인넷, NFT, 디파이, 스테이블코인까지 통합하는 ‘블록체인 슈퍼앱’ 구축을 표방했지만, 이용자 확보나 수익 모델 검증에 실패했고, 일부는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한 스테이킹과 보상 중심의 운영에만 의존하다가 결국 중단되었다.
WEB 3, 이상과 현실의 간극 메워야
일부 IT 전문가들은 WEB 3라는 용어가 기술 진화의 다음 단계를 상징하기보다는, 현재로서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상(ideal)이며, 때로는 자본과 이념의 충돌이 집약된 정치적 슬로건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논란의 중심에는 기술보다는 사회적 담론이 있고, 이상보다는 투기가 존재했다. 타이거리서치는 “멤버십 NFT도 할인 혜택, 홀더 전용 이벤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였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혜택과 품질 그리고 실질적인 효용의 부족으로 인해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에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웹 3가 진정한 웹의 일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적 시도나 분산화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① 범용적 사용자 경험, ② 탈중앙화 구조의 실질적 구현, ③ 지속 가능한 인센티브 모델, ④ 현실적인 확장성과 규제 대응력이라는 조건들이 충족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시도들은 대부분 중앙화된 지갑, 불투명한 토큰 이코노미, 스캠으로 귀결된 비즈니스 모델로 스스로 실패를 자초했다.
사실 웹3 개념은 기술적인 진보가 아니라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기를 거부하는 대중들의 심리와 꿈에서 시작됐다. 그 안에는 진보의 가능성만큼이나 사기와 혼란도 공존한다. 중요한 것은 이 개념이 ‘누구에게’, ‘언제’ 작동할 수 있는가이다. 특정 시점의 일부 사용자에게는 혁신이지만, 다른 시점의 대부분의 사용자에게는 기만일 수 있다.
글 : 투이컨설팅 디지털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