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보이지 않는 AI'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최근 출시된 아이폰 17이 예상밖의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여전히 애플의 AI 전략이 모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그동안 아이팟+아이튠즈, 아이폰, 애플 앱스토어 등 늘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온 애플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쟁사에 비해 AI 경쟁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애플은 최근 iOS 26을 공식 출시하면서 시리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지만 개인 맞춤형 AI 비서 기능이 추가되는 시기는 빨라야 2026년 봄에나 가능할 전망입니다.
반면 애플의 접근 방식은 겉으로 보기엔 느려 보이지만, AI 시장이 성숙할때까지 기다리는 의도적인 전략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직 미성숙한 LLM 개발이나 대중 지향적인 챗봇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기 보다는, 선택적 파트너십과 자체 개발을 통해 프라이버시와 온디바이스 처리를 강조하는 "보이지 않는 AI 전략"(Invisible AI Strategy)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애플 소프트웨어 수석부사장 크레이그 페더리기는 2025년 WWDC에서 “AI 기능은 덧붙이는 챗봇이 아니라 사용자가 하는 모든 일에 통합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 이는 애플이 시리를 별도 앱이 아닌 시스템 전반에 녹아든 형태로 발전시키려 한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애플은 차세대 시리를 개발하면서 앤트로픽, OpenAI, 구글 등과 접촉하여 자체 모델 외에 외부의 최첨단 AI 모델 활용도 고려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타사 기술을 차세대 시리에 통합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애플은 앤트로픽의 클로드 모델을 Xcode에 통합하여 ‘바이브 코딩(vibe coding)’ 개발 도구를 제공하고, 새로운 시리 개편에 엔트로픽 모델 활용도 검토 중에 있습니다.
또한 OpenAI와는 GPT-5 모델을 iOS 26에 통합할 예정이고, 구글과는 맞춤형 재미나이 모델을 테스트하기로 합의하고 디지털 기기 및 웹 전반에서 정보를 검색해 AI 요약본으로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애플은 여러 AI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한 AI 시스템을 시험하고, 기존에 본인들이 구축한 애플 생태계에 가장 잘 맞는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최근 애플은 생성형 AI 기술을 자사 생태계에 통합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내부적으로 ChatGPT와 유사한 AI 챗봇 앱인 '베리타스'를 개발하고 차세대 시리 개편을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플은 베리타스(Veritas)를 통해 새로운 시리에 통합될 기능들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능들이 AI 챗봇 형식에서도 사용자에게 유용할지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험 중인 기능에는 사용자의 음악 라이브러리부터 이메일에 이르기까지 개인 데이터를 통한 AI 검색이 포함되며 사진 편집과 같은 앱 내 AI 기능 테스트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7년 스마트폰 시대를 애플이 열었고, 모바일 앱 경제를 애플 앱스토어로 견인했듯이, 이제 AI 시대에도 애플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판을 짜려고 합니다. 여기에는 증강현실(AR)이나 웨어러블 기기, 차세대 컴퓨팅에 대한 포석도 깔려 있습니다. Apple Intelligence로 쌓은 기술들은 향후 Vision Pro와 같은 AR/VR 기기의 실시간 환경 인지, 사용자 의도 파악 등에 활용되고,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개인 건강 데이터에 AI 분석을 결합해 맞춤 의료 코칭을 제공하는 등 새로운 시장 기회를 만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은 애플의 폐쇄형 수직 통합 모델은 느리고 폐쇄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긴 호흡에서 볼때 생태계 전체를 진화시키는 애플의 전략적 의도가 엿보입니다. 이미 견고한 애플 생태계와 충성도 높은 막대한 회원을 보유한 애플 입장에서는 서두르지 않고 때를 기다리다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 경쟁사들이 막대한 출혈 경쟁으로 지친 사이에, 단번에 완성도 높은 AI 서비스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Apple Intelligence 전략과 시리의 진화
애플 인텔리전스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온디바이스 AI 처리: 애플은 프라이버시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가능한 AI 연산을 기기 내에서 처리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예를 들어 메일 요약 기능은 이메일들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 보여주는데, 이러한 처리가 사용자 아이폰에서만 이뤄져 개인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습니다.
- 애플 전 제품에 AI 통합: 애플 인텔리전스는 특정 앱 하나만이 아니라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워치 등 전 기기와 iOS, macOS, 심지어 향후 출시될 visionOS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통합을 지향합니다. 예를 들어 Visual Intelligence 기능은 아이폰 카메라로 사물을 비추면 그 자리에서 식물 이름, 거리 표지판 내용, 명함 정보 등을 바로 인식해주는 실시간 이미지 분석 기능으로 인터넷 연결없이도 기기에서 바로 처리됩니다. 사용자는 자신의 기기에서 음성, 시각, 맥락 정보를 AI가 실시간 이해해 돕는 경험을 얻게 됩니다. 애플은 이렇게 AI를 시스템 깊숙이 내장함으로써, 사용자가 특별히 "AI를 사용한다"는 의식 없이도 일상적인 사용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AI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 시리의 대대적 강화: 새로운 시리는 애플이 자체 개발한 LLM으로 구동되어, 이전보다 유연한 대화와 상황 이해가 가능해집니다. 무엇보다도 여러 단계를 거치는 복잡한 명령을 한 번에 처리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는데, 예를 들어 “내 이메일에서 홍길동에게 온 비행기 예약 확인 내용을 찾아 일정에 추가하고, 그에 맞춰 내일 아침 7시에 알람 설정해줘”와 같이 여러 앱을 넘나드는 음성 명령도 시리가 알아듣고 수행할 수 있습니다.
- 재미요소 및 개인화: 애플은 Genmoji와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Image Playground)와 같은 재미 요소도 선보였습니다. Genmoji는 개인 맞춤형 3D 이모지 아바타를 생성해주는 기능으로, 사용자의 얼굴이나 감정에 맞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만들어 메시지 등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는 사용자가 그림이나 디자인을 손쉽게 생성·편집하도록 도와주는 도구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들은 사용자 경험을 풍부하게 할 뿐만 아니라, 향후 Genmoji 아이템 판매 등 새로운 수익 모델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애플의 AI 플랫폼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애플이 시리와 연계한 개발자 통합도 강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차세대 시리는 여러 앱을 넘나드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으므로, 포토샵 등 기존의 앱이 시리와 원활히 연동되기 위한 인터페이스(API)가 중요해졌습니다. 애플은 기존에 제공하던 SiriKit, Shortcuts(단축어) 등을 발전시켜, 개발자가 자신의 앱 기능을 시리가 호출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iOS의 App Intents나 새로운 Shortcuts의 AI 기능을 통해, 써드파티 앱의 특정 기능을 시리가 LLM 방식으로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Hey Siri, 이 사진을 포토샵에서 열어서 배경을 흐리게 해줘"라고 말하면 시리는 Adobe 포토샵 앱의 해당 기능을 자동으로 호출해줄 수 있다는 식인데요. 이를 위해 개발자들이 앱의 Intent(의도)와 동작을 미리 선언해두면, 시리의 AI가 문맥에 맞게 그 기능을 찾아 실행해주는 것입니다. 이런 생태계 통합은 앱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합니다. 개발자의 경우 자신이 만든 앱이 애플의 AI 어시스턴트 흐름에 편입되면 사용자 유입이 늘고 이용률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더 많은 AI 개발자가 애플 플랫폼에서 참여할 동기가 생기면서 개발자 풀의 성장 → 애플 AI 앱 품질 상승 → 사용자 만족 증대→ 더 많은 개발자 풀 유입이라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합니다.
정리하면 애플의 AI 플랫폼 전략은 사용자에게는 기기의 유용성을 극대화하여 더 많은 사용자를 플랫폼에 끌어들이고, 개발자에게는 강력한 AI 도구와 안정된 수익 기반을 제공하여 더 많은 애플 전용 콘텐츠와 서비스를 만들도록 장려하는 "양면시장 강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애플 생태계는 전 세계 10억 대 이상의 기기와 2,800만 명이 넘는 등록 개발자를 보유한 거대한 디지털 장터이며, 애플이 오랜 기간 구축한 견고한 생태계 기반인 '아이폰+iOS+애플 앱스토어' 에 AI라는 촉매제가 더해진다면, 그 파급력은 과거 스마트폰 도입 시기의 변혁에 견줄 만한 강력한 플랫폼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충분해 보입니다. 만약 애플이 이 계획대로 기술적 완성도와 생태계 조율에 성공한다면, 2026년에는 애플 인텔리전스가 새로운 지능형 플랫폼 혁신을 이끌 것으로 보입니다.
글: 투이컨설팅 디지털 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