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산업은 이제 새로운 지정학적, 기술적 패러다임에 진입했습니다. 과거 1990년대부터 2010년대 후반까지의 금융 산업을 지배했던 대원칙은 '보편적 효율성(Universal Efficiency)'의 추구였습니다. 국경, 통화, 시간대의 장벽을 허물고 자금을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이동시키는 단일한 글로벌 표준을 향한 수렴이 이 시기의 특징이었습니다. 그러나 2025년을 기점으로 금융산업은 '시스템 간의 경쟁(Competing Systems)'이라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제 결제는 단순한 자금의 이동 수단이 아니라 서로 다른 철학, 기능, 제약을 가진 다양한 시장 시스템들이 주도권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전장입니다. 한쪽에서는 중앙 인프라를 통한 통제와 상호운용성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시스템이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프로그래밍 가능성(Programmability), 그리고 민간 주도의 레일을 우선시하는 새로운 세력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금융과는 전통적으로 무관했던 플랫폼, 디바이스, 네트워크가 결제 기능을 내재화하면서 산업의 경계조차 희미해지고 있습니다.